'빅토리' 박세완의 새로운 도전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고민은 사치다. 난관이 예상되더라도 늘 망설임 없이 '도전'을 외쳤고, 스코어와 상으로 그 노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걸즈 힙합부터 치어리딩까지, 모든 게 낯선 도전 투성이었지만 박세완은 어떤 고민도 없이 '도전'을 외쳤다. "하면 결국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작품을 위해서라면 어떤 도전이라도 주저 없이 '고!'를 외칠 박세완, 그가 보여줄 새로운 도전들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빅토리'(감독 박범수·제작 안나푸르나필름)는 거제의 댄스 콤비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가 댄스 연습실 마련을 위해 서울에서 전학 온 세현(조아람)과 함께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얼렁뚱땅 탄생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는 거제상고 축구부의 승리를 위해 신나는 응원을 펼친다.
박세완이 한 영화의 리드 롤로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 "그전에도 주변에서 영화 잘 봤다 하면 감사한 마음이 컸는데, 주연의 자리에서 그 말을 들으니 더더욱 감사하더라"라는 소감을 전한 그는 "동시에 부담감도 크다. 그간 선배님들이 느꼈을 무게감이 얼마나 컸을지를 이제야 느끼고 있다. 머리론 알지만 마음으론 몰랐는데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됐다. 시사회에 지인들을 부르는 것도 얼마나 소중한 건지 깨달았다. 어렸을 땐 작품을 선보이는 게 신나기만 했는데 이젠 좋게 봐주시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극 중 박세완은 치어리딩 동아리 단원 미나로 변신, 치어리딩은 물론 필선 역의 이혜리와 고난도의 힙합 안무를 선보이기도 한다.
꽤나 많은 양의 댄스 신을 소화한 소감을 물으니 "대본을 읽을 때부터 춤 신이 많을 거란 예상은 했다. '땐뽀걸즈'와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춤을 추기도 했고, 개인적으론 '하면 결국 된다' '못하는 건 없다'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냥 도전해 봤다. 그런데 죽어도 안 되는 도전도 있더라"라며 허탈한 미소를 지어 웃음을 자아냈다.
"'밀레니엄 걸즈'가 열등반과 우등반으로 나뉘어 서로 안무를 배웠는데, 전 열등반 중에서도 꼴등이었어요. 그래서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난 왜 이렇게 안 되지' '왜 이렇게 고생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그때 힘을 준 건 동갑내기 배우 이혜리. "다 같이 연습하다 홀로 중앙에서 멈춰 있으니 혜리가 다가와 '오늘은 안 되면 내일 될 거야, 내일 안 되면 모레 될 거야'라고 응원해 줬다"는 그는 "장난과 함께 분위기를 풀어줘서 끝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박세완은 "춤을 하나의 도전이라 생각하며 퀘스트 깨듯이 하나하나 해나갔다. 하나하나 클리어할수록 자신감이 붙더라. 응원하는 신이지만 내가 응원을 역으로 받는 신도 많았고, 또 영화 속에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신도 많다 보니 그런 장면들에 많은 응원을 받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뼈를 깎는 노력이 있던 만큼 지인들의 진심 어린 응원은 박세완의 마음속에 더 깊이 박혔다. 그는 "지인분들이 '춤 잘 췄다'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정말 많은 힘이 됐다.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진짜 힘들었고, 아이돌 출신인 혜리와 아람이 사이에서 춤을 추다 보니 혹시나 튀진 않을까 걱정됐는데 이런 반응을 듣게 돼 다행인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박세완은 마치 영화 속 미나가 스크린을 뚫고 나온 듯 인터뷰 내내 당차고 털털한 면모를 자랑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극 중 미나는 멤버들과 함께 노는 걸 가장 즐거워하는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이자 누구보다 책임감과 자존감이 높은 친구이기도 하다. 그는 미나와의 닮은 점을 묻는 질문에 "(난 미나와 달리) 원래는 자존감이 엄청 낮은 편이었다. 버스 하차벨을 잘못 눌렀다가 목적지까지 걸어간 적도 있을 정도다. 하나 좋은 귀인들을 만나 많이 올라갔다. 처음엔 칭찬을 들어도 '누구나에게 다 하는 칭찬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칭찬 그대로를 받는 편이다. 요즘은 자존감이 높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라고 답했다.
변화의 기점이 됐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박세완은 "포인트가 됐던 건 '땐뽀걸즈'였다"라고 망설임 없이 답하며 "사람으로서도, 연기적으로도 많이 변화했던 시기였다. 사실 그전엔 '내가 제일 튀어야 해' '다른 사람들이랑은 다른 방식으로 연기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돋보일까만 고민했지, 전체를 보는 힘은 없었다. 그런데 '땐뽀걸즈'를 하며 호흡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생각하게 됐고, 특히 (김)선영 선배님에게 많이 배웠다. 연기 호흡을 맞추는 재미와 날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좋은 연기에 대한 답도 함께 찾았냐 묻자 "여전히 그 부분은 정의 내릴 수 없는 것 같다. 좋은 연기와 나쁜 연기는 없다 생각한다. 다만 최근에 작품을 하며 느낀 건 연기자인 내가 너무 감성적이어도, 이성적이어도 안 된다는 점이다. T와 F가 적절하게 섞여 전체적으로 봐야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런 면에서 오랫동안 연기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이 더 대단하다 느껴진다"라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박세완은 본인이 터닝포인트라 언급한 '땐뽀걸즈'를 시작으로 지난해 '육사오'에 이어 이번 '빅토리'와 방송을 앞둔 '강매강(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까지, 쉴 새 없는 작품 활동으로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심지어 '육사오'를 통해선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이런 행보에 대해 박세완은 "'백상예술대상'에서 받은 상이 내겐 큰 선물이었다. 그전엔 '난 왜 다 안 되지?' '왜 한 방이 안 터지지'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건가?'라는 고민이 있었는데, 그래서 백상의 주인공도 내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상을 받았지 않냐. 그게 마치 내 10년간의 보답처럼,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다. 지난 10년은 꽤나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스스로 잘 나아가고 있다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찾아온 또 다른 변화가 있다면 30대를 맞으며 새로운 장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점. 박세완은 "20대 때는 고민이 안 됐는데 30대가 되어 보니 선배들이 사뭇 대단해 보인다. 어쨌든 배우는 프리랜서이다 보니 누군가 불러줘야 일을 할 수 있지 않냐. 사실 20대 땐 당연히 내가 가는 길의 끝엔 빛나는 문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30대가 되니 그 문의 생김새가 명확해지더라. 갈수록 작품 수도 줄어들고 내가 연기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내가 가는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길게 연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 고스트 스튜디오]
박세완 | 빅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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