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사모펀드 멋대로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 당국, 제도 개선 검토

문수빈 기자 2024. 8. 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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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로 대부분 지분 확보한 후 상폐
공개매수 실패해도 ‘주식 교환’으로 투자자 몰아낼 수 있어

최근 사모펀드(PEF)가 상장사 주식을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인 후 상장폐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실상 기존 주주를 강제로 쫓아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 속에, 금융당국은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 여지가 있을지 살펴보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뉴스1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해외에서 사모펀드가 상장사 공개매수 후 상폐하는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해외의 관련 제도가 국내와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려는 것이다. 해외보다 국내의 규제가 허술하다면 제도를 손질할 근거가 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제도 개선에 나설 명분이 낮아지게 된다.

공개매수란 기업이나 사모펀드 등이 불특정 다수에 대해 주식의 매도 청약을 권유하고 그 주식을 매수하는 행위다. 가령 A사모펀드가 앞으로 일주일간 삼성전자 주식을 주당 10만원에 사줄 테니 자신에게 팔라고 하는 것이다. A사모펀드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10만원)이 삼성전자 주가보다 높으면 기존 주주는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주가보다 비싸게 사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사모펀드들이 상폐 목적으로 공개매수에 나서는 사례가 늘었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은 단일 주주가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 자진 상폐할 수 있다. 상장폐지해 비상장사가 되면 공시 의무가 없어지는 데다 주주 눈치를 보느라 주가를 관리할 부담이 없어진다. 또 폭탄 배당과 감자 역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수 있어 사모펀드 입장에선 경영이 편해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반 주주가 강제로 축출된다는 점이다. 해당 종목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장기 투자하려는 투자자의 계획은 사모펀드가 공개매수에 성공해 상폐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공개매수에 실패해 사모펀드가 95%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기존 투자자를 내보낼 방법이 있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서다. 삼성전자 주주의 주식을 가져가면서 교환 비율대로 사모펀드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의 주식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때 사모펀드는 투자목적회사의 주식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급해도 된다. 사실상 공개매수랑 효과는 같은데,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받으면 강제로 진행할 수 있다.

여기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공개매수가의 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상장사가 합병할 때는 합병가액(1개월과 1주일의 가중산술평균 종가와 최근 종가를 3으로 나눈 수치)을 정하는 방법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공개매수는 그렇지 않다. 공개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에 공개매수가를 설정할 수 있다.

통상 직전 1~3개월 주가에 일정 수준을 할증하는 방식인데, 주가의 종래 최고점보다 낮은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의 커넥트웨이브 공개매수, 홍콩계 PEF인 어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락앤락 공개매수 당시 기존 투자자들의 반발이 일었다. 결국 PEF들은 공개매수에 실패했고 포괄적 교환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 번째는 포괄적 교환 시 교환 비율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사모펀드의 투자목적회사는 비상장사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대 1.5로 가중산술평균해 교환 비율이 정해지는데, 여기서 수익가치는 회사가 미래에 어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추정한 것으로 예측의 영역에 해당한다. 즉 과도한 장밋빛 전망으로 수익가치를 부풀릴 수 있는 구조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개매수를 통한 원활한 상폐를 위해선 일반 주주의 불신이 불식돼야 한다”며 “공개매수가의 적정성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일각에선 추후 재상장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모펀드의 최종 목표는 투자금 회수로, 그중 하나의 방법이 재상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도 중요하지만 상장폐지와 재상장 등 전반의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회사가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려면 자기자본과 상장주식 수, 경영 성과 등 형식적 요건과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의 투명성 등 질적 요건을 맞춰야 한다. 일반 기업과 동일하다. 다만 대주주의 의무보유 기간이 일반 기업(6개월)보다 2배 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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