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전기차 화재에 ‘배터리 정보공개’…K-배터리 웃을 수 있을까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피해 차량들이 전소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전기차 배터리발 화재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전기차 제조사에 배터리 정보를 공개할 것을 권고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K-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1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이날 폭스바겐·아우디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사를 공개했다. 폭스바겐 ID.4 프로, 아우디 이트론S, 이트론S 스포츠백, 이트론 스포츠백 50 콰트로, 이트론 스포츠백 55 콰트로, 이트론 50 콰트로, 이트론 55 콰트로, 이트론 GT 콰트로, RS 이트론 GT 콰트로, Q4 이트론 40, Q4 스포츠백 이트론 40, Q8 50 이트론 콰트로, Q8 55 이트론 콰트로, Q8 스포츠백 55 이트론 콰트로 등 총 14종 전기차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배터리가 장착됐다.

스텔란티스코리아도 지프와 푸조에 장착된 배터리 정보를 발표했다. 푸조 E-208, E-2008, DS 3 E-텐스, 지프 어벤저에는 중국 닝더스다이(CATL)의 배터리가 사용됐다. 지프의 랭글러 4xe, 그랜드 체로키 4xe에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들어갔다.

현대자동차는 제조 및 보급 중인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가장 먼저 밝힌 완성차 제조사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 1종에만 CATL 배터리를 사용했고, 나머지 전기차 13종에는 LG에너지솔루션 또는 SK온의 제품을 장착했다.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 구역에 붙은 안내문. 화재 사고와 차량 관리에 주의해 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일어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모든 완성차 제조사에 배터리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해 달라고 권고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번 화재 사고의 발단임에도 배터리 공급업체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가 이내 소비자 요구를 받아들여 홈페이지에 고지했다. 벤츠 EQC 400에는 LG에너지솔루션, EQA 250과 EQB 300에는 SK온의 배터리가 들어갔다. EQE 350+, EQE 53, EQE 350, EQE 500, EQS 350에는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나머지는 중국 CATL이 납품했다.

당초 중국산 배터리는 CATL 제품만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지만, 사실은 파라시스를 혼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배터리업계에서는 그동안 파악이 불가능했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가 충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파라시스가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리콜을 시행하는 등 과거 안전성 문제를 겪었던 만큼 중국업체에 비해 비싸더라도 기술력과 안정성이 입증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이른바 K-배터리 3사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제조사들의 입지가 굳건해지면서 계약·협상 시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배터리 제조사들은 아직 조심스러운 눈치다. 배터리 기업 간 경쟁과 책임감 확대 요구 등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전기차 선택의 기준이 자동차 브랜드였다면 이제는 배터리 생산사로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가뜩이나 캐즘으로 업황이 어려운데 전기차 가격이 오르고 마케팅 경쟁이 심화할 수 있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