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업계 “지진 등 재해 대응책 대부분 일본어···관광객은 대피 경로도 알기 어려워”
일본이 규슈 지역 강진으로 안전 불안에 휩싸인 가운데 현지 여행 업계에서 외국인 관광객 대상 안전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현지 관광업계 종사자를 인용해 “일본어를 읽거나 말할 줄 모르는 외국인들은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대피 경로가 어디인지, 치료를 받거나 대피소를 찾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마사루 다카야마 스피릿 오브 재팬 트래블 대표는 “현재 지진, 쓰나미, 산사태 등에 대한 위험 지도 같은 것들은 관광객이 아닌 (현지) 주민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에서 일본어로만 제공된다”며 “완전한 정보 격차가 존재하며, 이는 전체 관광 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와 지방정부가 이를 메워야 한다”고 SCMP에 말했다.
일본 여행 업계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여행 마케팅 분석가 애슐리 하비는 자연 재해 발생시 행동 수칙 등을 중국어, 한국어 등 외국어 인쇄본으로 비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당시) 전자 통신이 두절됐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호텔, 박물관 등 관광객이 자리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곳에 인쇄본으로 정부를 비치해야 한다”고 했다. 마사루 대표는 일본정부관광국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여행객 안전 수칙을 일본 전역에 인쇄본으로 제공하는 게 한 방법이라고 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8일 규슈 남부 미야자키현 앞바다에 규모 7.1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인근 지역에 쓰나미 등 경보를 발령하고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냈다. 이는 주의 대상 지역 주민들이 피난 장소와 경로를 확인하고 가구를 고정하며, 물과 비상식량 등을 미리 준비하라는 의미다. 인근 지자체는 피난소 정비에 나섰고, 고속열차 등은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일본 주민들 사이에서 재난 대비 물품 ‘사재기’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취소 사태가 이어졌다. 오는 15일까지 일본 숙박 예약을 취소하는 관광객은 최소 1000명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중국 매체 등은 보도했다.
난카이 해곡은 시즈오카현 쓰루가만에서 규슈 동쪽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해저 봉우리와 협곡 지대로, 일본 문부과학성 지진조사위원회는 향후 30년 내 이 일대에서 거대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80%에 이른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규모 8~9 지진 발생시 23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실종자가 나오고 건물 209만 채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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