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완, 튀지 않게 짠하게..."빅토리" 유발자 [인터뷰]

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2024. 8. 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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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배우 박세완./사진=고스트 스튜디오.

짠함이 있다. 옆에 사람을 빛내주면서, 빛을 내는 배우, 그래서 아름답게 느껴진다. 생기발랄하면서도 튀지 않는데,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배우다.  응원의 마음으로 "빅토리"를 외치게 하는 박세완이다. 

박세완은 14일 개봉한 영화 '빅토리'(감독 박범수, 제작 안나푸르나필름)에서 춤에 진심인 거제 여고생 미나 역을 맡았다. '빅토리'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빅토리'는 1999년 세기말 거제를 배경으로 했다. 댄스 콤비 필선(이혜리), 미나(박세완)는 댄스 연습실 마련을 위해 서울에서 전학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든다. 그리고 얼렁뚱땅 만든 '밀레니엄 걸즈'로 만년 꼴찌 거제상고 축구부를 우승으로 이끌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영화 '빅토리'의 박세완(사진 왼쪽)./사진=마인드마크

극 중 박세완은 폼생폼사 K-장녀 미나로 분했다. 필선의 댄스 콤비로 스냅백과 막대사탕으로 귀여운 허세를 뽐내며 시선을 끈다. 여고생이 된 박세완은 올 여름 폭염만큼이나 강렬한 매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묘하게 시선을 끈다. 잔상처럼 극 전개에 남는다. 

이게 박세완의 매력이다. 애써 인지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극 안에 녹아들어 있다. '빅토리'에서도 그러하다. 폼생폼사이지만, 화려한 치장까지는 아니다. 돌려쓴 스냅백으로 힙합 감성 뽐내고, 딱풀로 머리 고정하는 여고생이다. 여기서, 반항기 가득할 것 같지만 부모님 일 돕고, 동생들을 챙기는 K-장녀로 공감을 이끈다. 춤에 대한 열정이 있지만, 집 떠나 열정 폭발시키는 필선과 함께 할 수 없어 짠한 공감대를 유발한다. 

박세완은 '빅토리' 이전 영화 '오목소녀' '도굴' '육사오' '인생은 아름다워',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학교 2017' '로봇이 아니야' '같이 살래요' '땐뽀걸즈' '조선생존기' '두 번은 없다' 등에서 보여줬듯이 항상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더 자연스럽게 자신의 캐릭터를 그려냈다. 여기에 하나 더해 눈에 띄는 점은 박세완의 조화를 이루는 능력이다. '빅토리'에서 혜리가 큰소리 떵떵 치면서 존재감 드러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조아람 외에 조연들 틈에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오지 않는다. 특히 주인공 혜리나 치어리딩 동아리 리더 조아람의 매력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한다. 덕분에 시대의 감성,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열정이 있지만, 드러내지 못하는 그 모습은 혜리와 다른 과몰입을 유발한다. "박세완, 빅토리"를 외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할 정도다.  

'빅토리'에서 극을 매끄럽게, 과호흡 없는 흐름을 이끈 박세완. 참 좋은 앙상블을 이뤘다. 

박세완은 개봉 전 아이즈(IZE)와 인터뷰에서 극 중 K장녀, 필선의 친구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장녀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많이 얘기했다. 짠한 거를 표현해야 하는지,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보면 맞는 건지. 결국 짠하게 표현하는 건 아닌 거 같다고 했다. 사소한 게 쌓여서 K-장녀가 맞구나, 짠하네라고 생각하게 하는 거였다"고 말했다. 

또한 박세완은 "배우들한테도 말했는데, '('빅토리'는) 필선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필선의 이야기로 끝난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저희가 좋은 앙상블이 되어주지 않으면 영화와 필선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저희끼리(극 중 밀레니엄 걸즈 멤버들) 혜리를 제외한 단체방에서 앙상블이 많은 영화, 드라마를 보고 대사 연습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빛나겠다가 아닌, 작품과 주인공을 빛내고자 한 박세완의 프로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세완은 '빅토리'가 어떤 의미로 남을지에 대해 '추억'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할 때, 상상을 했다. 다른 배우가 했을 때 질투가 날 거 같으면 제가 해야 된다. '빅토리'가 그랬다. 미나 역할을 제가 안하고 다른 배우가 해서 잘 하면 아쉬울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한테 마지막 청춘물이라고 했을 때, '빅토리'면 좋을 것 같았다. 찬란하게 제 마지막 청춘을 장식할 필모그래피라면 좋을 것 같다. 또 거제(촬영장)에서 배우들과 지내면서 노는 게 먼저였고, 연기 자체가 논 거였다. 힘들 때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세완은 '빅토리'로 자신을 보게 될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고 싶을까. 이에 그는 "큰 의미보다는 미나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면서 "항상 (작품 속) 캐릭터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박세완이 연기 잘한다도 좋은데, '이 사람이 저 사람이었어?'라는 반응이 나올 때 짜릿함이 있다"고 말했다.

'빅토리'를 통해 연기로 작품에, 캐릭터에 오롯이 녹아들며 자신의 진가를 과시한 박세완. 올 여름 관객들의 눈에 잔상처럼 오래 남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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