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중동 해결사로 나서나…미국 '무기금수' 풀어줬다
"미국, 사우디에 몇 달 내로 1조원 넘는 폭탄 제공 예정"…
"사우디-이스라엘 수교로 가자 휴전·중동 긴장 완화 기대"
이란과 이스라엘 간 분쟁이 중동 전면전으로 확산할 거란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중동 경제 대국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에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15일(이하 현지시간) 예정된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간 인질 및 휴전 협상이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여부를 결정할 최대 변수로 거론되자 미국이 사우디의 중동 외교력을 이용해 가자지구 휴전을 추진하려 한다는 관측이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사우디 관리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앞으로 몇 달 안에 7억5000만달러(약 1조205억원) 이상의 폭탄을 사우디에 보내 양국 관계 복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21년 사우디의 예멘 분쟁을 이유로 선적을 중단한 소구경 폭탄 3000발과 파베웨이 IV 폭탄 7500발을 사우디에 보낼 예정이다.
미국은 2021년 사우디가 주도한 아랍 동맹군이 예멘 후티 반군을 폭격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수천 명이 사망한 것을 문제 삼아 사우디에 대한 방어용 무기 판매만 허용하고, 공격용 무기 수출은 금지했다. 이후 금수조치의 배경이 된 예멘 내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공격용 무기 수출 규제 해제 목소리가 등장했고, 미 국무부는 전날 사우디에 대한 공격용 무기 수출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베단트 파텔 국무부 대변인은 12일 "사우디는 미국의 긴밀한 전략적 파트너로 남아있다. 사우디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고대한다"며 사우디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 해제를 알렸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무기금수 조치 해제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과 관련이 있다고 짚었다. 가자지구 휴전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언급되자, 미국이 그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모두 유연한 태도를 보여온 사우디에 '무기금수 해제'라는 선물을 주고 휴전 협상 타결을 이끌어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존 알터만 중동 책임자는 "미국의 무기금수 해제는 사우디와 이스라엘 국교 수립 추진 협상 이외 이에 (중동) 지역 안보 문제 지원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중동의 맹주이자 이란과 경쟁 구도에 있는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하면 이란도 섣불리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에 나서지 못해 중동 지역의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때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며 사우디에 대한 적대감을 보였었다. 하지만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인한 자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박 해결을 위해 사우디와 관계 복원에 나섰다. 또 이란 견제를 위해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국교 수립도 추진 중이다. 양국의 수교 협상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단됐다. 이란과 사우디는 중동의 양대 경제 대국으로 경쟁 구도에 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수교 대가로 한미 동맹 수준의 미국과 방위조약 체결, 민간 분야 원자력 개발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와 방위조약 체결을 위한 초안을 작성 중이고, 사우디가 민간 원자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의 이런 노력에도 사우디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지적도 존재한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 협상 재개 조건으로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 인정을 내세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은 우호국인 미국마저 '두 국가 해법' 지지를 표명한 상황에서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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