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하고 신비로운 프랑스 플루트 곡의 매력’···첫 정식 음반 낸 김유빈
플루티스트에게 프랑스는 각별한 나라다. 플루트를 위한 곡을 쓴 작곡가가 많고, ‘프렌치 스쿨’이라 할 정도로 유명 연주자도 많다. 한국 출신의 손꼽히는 플루티스트 김유빈(27)이 자신의 첫 정식 음반 <포엠>(소니 클래시컬)에 프랑스 곡만 수록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상캉, 드뷔시, 풀랑크 등 프랑스 근·현대 작곡가의 플루트 곡과 함께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플루트 버전으로 편곡해 담았다. 흔히 플루트 음색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새처럼 지저귄다”기보다는, 새벽녘의 강 안개처럼 모호하고 신비로운 연주다. 독일,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 음악임을 단박에 알 수 있는 곡들이다. 음반 발매를 기념해 최근 기자와 만난 김유빈은 “플루트의 매력과 특징을 알고 작곡한 곡”이자 “플루티스트로서 꼭 접해야만 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음향 좋기로 유명한 부천아트센터에서 지난 3월 녹음했다. 현재 활동 중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여러 공연장도 일일이 답사했지만, 부천아트센터가 가장 적합했다고 한다.
16세에 도불해 파리국립고등음악원 등에서 공부한 김유빈은 2015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2022년 ARD 국제 음악 콩쿠르(독일 뮌헨에서 매년 개최) 플루트 부문 한국인 최초 우승 등으로 한국 관악계의 대표 연주자로 자리매김해왔다. 2016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최연소 수석이 됐고, 지난해에는 미국 서부 명문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 16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수석 연주자로 임명됐다. ARD 콩쿠르 당시에는 이미 프로 연주자였으나, 아무 활동도 할 수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력감에 빠져 있다가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참가를 결정했다고 한다. 신청서를 내고도 실제로 참석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대회 40일 전에 결심을 굳히고 연습을 시작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프랑스에서는 “플루트라는 악기로 어떻게 하면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집중했다면, 독일에서는 “동료 프로 연주자들과 소통하며 음악적 표현을 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유럽의 여러 명문 악단에서 연주했던 만큼 명지휘자도 많이 만났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상임지휘자였던 이반 피셔는 “원하는 음악을 단원에게 확고하게 전달하는 지휘자”이자 “말로 모든 단원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지휘자”였다. 피셔의 뒤를 이어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상임지휘자가 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는 “얼굴만 봐도 음악성을 느낄 수 있고 공부가 됐다”고 한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상임지휘자이자 김유빈의 ‘보스’인 에사페카 살로넨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참신한 시도를 하는 지휘자”라고 평했다.
김유빈은 “새로운 소리를 창조하는 연주자라는 목표로 길을 확장해가고 싶다”며 향후 현대음악 레퍼토리도 늘릴 소망을 밝혔다. 음반 발매를 기념해 피아니스트 김도현과 함께 오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시작해 28일 부산문화회관에서 끝나는 전국 투어도 연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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