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선 더 폭락…‘커버드콜 ETF’ 구조적 위험성 드러나

일부 상품 추종 지수보다 수익률 더 크게 떨어져
상단 막혀있고 하방 뚫린 특성 탓 횡보장선 인기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견학 온 학생들이 현황판에 적힌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코스피가 박스권을 맴돌면서 인기를 끈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지난주 폭락장에선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상품 수익률이 관련 대표 지수나 일반 이티에프보다도 더 떨어지며, 투자자 손실이 컸을 걸로 보인다. 이번 폭락장이 커버드콜 상품이 가진 구조적 위험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커버드콜 이티에프 중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 나스닥100 커버드콜(합성)’, ‘TIGER 200커버드콜ATM’, ‘TIGER 200커버드콜5%OTM’과 케이비(KB)자산운용의 ‘RISE 200위클리 커버드콜’ 등이다. 개별 상품의 기초지수는 나스닥100·코스피200을 가공한 독자적 지수이지만, 큰 틀에서는 두 시장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보면, 글로벌 증시가 급락세를 보인 지난 1∼5일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 2종은 관련 대표 지수보다 수익률이 나빴다. 이 기간 나스닥100은 5.27% 하락했는데, ‘TIGER 미국 나스닥100 커버드콜(합성)’ 수익률은 -9.49%를 기록했다. 코스피200이 12.78% 하락할 때 ‘TIGER 200커버드콜ATM’과 ‘TIGER 200커버드콜5%OTM’ 수익률은 각각 -11.92%, -12.95%였다.

여기엔 상단은 막혀있고 하방은 뚫려있는 커버드콜 이티에프의 구조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 커버드콜 이티에프는 기초지수에 맞게 주식을 매수하면서 콜옵션(그 주식을 미래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에 살 권리)을 매도해 얻는 프리미엄으로 분배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구성 종목 주가가 상승할 때 상승폭이 제한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횡보할 때 현금 수익을 누릴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급락장에서는 콜옵션을 사려는 수요가 사라졌고, ‘브레이크’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시장에서 매도세가 몰리면서 대표 지수보다 더 떨어졌을 수 있다”면서 “다만, 일반 지수 추종 이티에프와 비교하면 커버드콜 상품이 소폭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