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의 ‘수소폭발 공격’... 도요타 수소車 탱크로 만들었다
드론 동력으로 테슬라 배터리 쓰기도
지난달 28일 러시아군이 공세를 펼치고 있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주의 작은 도시인 보우찬스크 하늘에 마치 핵폭발을 연상케 하는 작은 버섯 구름이 떠올랐다. 사실 버섯구름은 핵폭발이 아니어도, 충분히 큰 규모의 폭발에서 갑자기 형성된 고열의 저기압이 위로 치솟으면서 형성된다.
그러나 이날 버섯구름은 실제로 수소 폭발에 의한 것이었다. 다만, 수소핵의 융합이 초래하는 진정한 의미의 수소폭탄이 아니라, 수소전기차에서 떼어낸 수소 탱크가 터지면서 일으킨 것이었다.
당시 러시아군은 보우찬스크 시를 장악하지 못하고, V자 모양으로 시의 동서를 흐르는 보우차 강의 북쪽 골재공장으로 후퇴한 상태였다. 러시아군은 자연 지형인 강을 앞에 놓고 골재공장의 옥상에서 시 전체를 내려다보며 강 남쪽에서 접근하는 우크라이나군에게 총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군으로선 이 골재공장을 탈환해야 했지만, 강과 높은 위치를 이용한 러시아군의 총격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
서방이 제공하는 정밀유도탄이면 해결될 일이지만, 늘 부족했다. 우크라이나가 제작하는 공중 드론은 러시아의 뛰어난 전파교란 능력에 종종 막혔다. 또 드론이 투하할 수 있는 폭탄 중량은 매우 제한적이라 파괴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망가진 민간 차량의 부품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중고 테슬라에서 전기 배터리와 교류기를 떼어내 무선조종(RC) 차량(지상 드론)의 동력을 삼았다. 우크라이나는 해외에서 수입한 중고 테슬라 배터리를 종종 자체 생산한 드론의 동력으로 쓴다.
그리고 망가진 일제 토요타의 수소차 미라이에서 고압 수소 탱크를 떼어냈다. 미라이의 수소탱크엔 1만 psi(제곱인치당 파운드)의 압력으로 5㎏의 수소가 저장된다. 52㎏ 중량의 이 탱크가 폭발물과 함께 결합해 터지면 TNT 162 ㎏의 파괴력을 지니며, 수소 폭발은 강력한 폭발파와 불덩이, 파편, 버섯구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군은 이 ‘수소폭탄’ 배달 RC 차량을 러시아군이 지키고 있는 골재 공장까지 원격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이 폭탄 배달 차량은 아직 파괴되지 않은 공장의 동쪽 다리를 건넜고, 근처 빽빽한 숲 탓에 공장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러시아군은 이를 보지 못했다.
폭발 뒤 곧 거대한 화염이 잇따랐다. 이는 러시아군이 골재공장에 상당량의 탄약을 비축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우크라이나 언론 매체들은 전했다.
물론 일반적인 수소차의 수소탱크는 안팎의 압력이나 충돌에 결코 터지지 않게 철보다도 10배 높은 강도의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제작돼 매우 안전하다. 토요타 역시 자사 차량의 수소탱크가 충돌로 인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는 홍보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소 탱크의 외부를 플라스틱 폭탄으로 감싼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토요타 미라이 수소탱크를 폭탄으로 쓴 것은 제품의 원래 의도에 상관없이, 전장에서 기술이 어떻게 예측 불허의 방식으로 응용되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평했다.
결국 러시아군은 이 골재공장에서 후퇴했고, 시의 탈환을 꾀하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압박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었다.
이튿날인 7월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군 지휘부는 북동부 최전선인 이곳 보우찬스크를 방문해, 훈장을 수여하며 이곳을 수비하는 장병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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