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일 만에 숨진 쌍둥이·빗도 없는 아이들…가자지구 참상 이어져
휴전 협상 공전 속 가자지구의 참상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생후 사흘 된 쌍둥이 남매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졌고, 여자아이들은 빗이 없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생후 3일 된 쌍둥이 아이살과 아세르 남매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을 거뒀다. 남매의 어머니도 함께 사망했다.
이러한 참극은 이들의 아버지 모하마드 아부 알 쿰산이 출생증명서를 받으러 외출한 사이 벌어졌다. 알 쿰산은 공습이 일어나 쌍둥이와 아내가 숨졌다는 전화를 받았고, 이들의 시신이 안치된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을 찾아가 “제발 내게 그들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갓난아기들의 몸이 너무 작았기 때문에 아기들은 어머니와 같은 천으로 덮였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격에서 임신 중인 아내를 필사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데이르 알발라의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CNN에 말했다. 이날 그의 가족을 비롯해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이들은 최소 23명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가자지구 내 생활 환경이 극도로 열악해져 이제는 빗, 샴푸 등과 같은 기본 생필품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이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빗뿐만이 아니고 가자지구 내에는 비누, 월경대, 가정용 세제가 씨가 말랐다고 알려졌다. 또한 쓰레기 수거와 하수 처리 체계도 붕괴했고 인구 대부분이 특정 구역으로 피신해 살다 보니 인구 과밀에서 오는 전염병이 많이 증가했다. 이에 “여자아이들이 의사에게 빗이 없다고 불평하자 의사는 머리카락을 자르라고 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소아과 의사 로브나 알아자이자는 “가장 흔한 질병은 피부 발진이다. 이는 난민촌의 과밀화, 텐트 내부의 열기, 땀, 목욕할 물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약은 값이 크게 뛰어 단순한 화상 연고 하나가 약 53달러(약 7만2000원)에 팔린다고 전해졌다.
기본 물자가 부족해진 데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한 탓이 크다. 알아자이자는 “국경을 개방해야 약을 들여올 수 있다. 현재 대부분 약은 흔히 보이는 피부 질환에 전혀 효과가 없다”고 촉구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 전쟁 이후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 약 4만명이 사망했다. 이중 아동은 신생아 115명을 포함해 1만6500명 이상이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무자비한 가자지구 전쟁이 아동들을 계속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며 현지에 아동 최소 1만7000명이 보호자가 없거나 가족과 헤어져 지낸다고 추산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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