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장관, 미얀마 방문 목적은?[뉴스분석]

박은하 기자 2024. 8. 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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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 실패, 반군지원 의심 속 미얀마행
미얀마 반군은 북부 거점군사도시 점령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3월 7일 양회 계기 중국 외교정책을 설명하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4일 미얀마를 방문한다. 미얀마 군부가 연거푸 거점 도시를 잃고 국제사회로부터 총선 실시 압박을 받는 가운데 이뤄진 방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홈페이지에 공문을 내고 왕 부장이 14~17일 미얀마와 태국을 방문해 미얀마, 태국, 라오스 외교장관과 비공식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은 미얀마 먼저 방문하고 이어 태국에서 개최하는 란창·메콩강협력회의(LMC)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중국 외교부는 익명의 대변인 명의로 “중국은 미얀마의 친구이자 이웃으로 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미얀마의 안정 유지, 경제 성장, 국민생활 개선 노력을 지지한다”며 “미얀마 정당들이 헌법과 법률의 틀 내에서 정치적 협의를 통해 차이를 적절히 해결할 수 있도록 건설적인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타이허연구소의 잉이허는 왕 부장의 방문을 두고 “시의적절하다”며 “샨주의 주요 도시인 라시오가 점령된 후 미얀마 상황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은 지난 3일 샨주 중심도시 라시오에 있는 미얀마군 북동부사령부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밝혔다. 군부가 2021년 2월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 지역사령부를 반군에 빼앗긴 것은 처음이다.

샨주의 점령군은 MNDAA와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으로 구성된 ‘형제 동맹’인데, 특히 미얀마의 한족 소수민족으로 이뤄진 코캉 자치주 연합군이 주 세력이다. 중국은 한족 반군과도 관계를 맺어 왔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에도 관계를 유지했다. 서방 국가들과 달리 군부 규탄이나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무기 등을 공급해 왔다. 하지만 군부를 정부로 정식 인정하지는 않았다.

내전이 길어지면서 미얀마와 중국의 국경지대까지 불안정하게 되자 중국은 미얀마 정부에 분쟁 종식을 압박했다. 올해 초에는 윈난성 난산 마을에서 주민 5명이 국경 너머 날아온 포탄을 맞아 부상을 입었다. 중국군은 지난 4월 국경을 봉쇄하고 미얀마 측을 향해 경고성 실사격 훈련을 하기도 했다.

중국의 국경지대 보이스 피싱 조직 소탕을 계기로 중국과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는 더욱 벌어졌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미얀마 경찰과 공조 수사로 미얀마 샨주에서 보이스피싱 사기범 80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중국인 352명을 송환했다. 미얀마 정세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북부 지역은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이스피싱의 거점이 됐다.

중국은 이 문제로 미얀마 군정에 불만을 품었다고 전해진다. 한족 반군인 코캉 연합군이 보이스피싱 단속에 중국에 적극 협력하면서 군부 역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네피도 시내에서 관제 반중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중재자’ 위상을 확보하려는 중국은 지난 4월 이후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과 마찬가지로 미얀마 분쟁 중재도 시도했다. 지난 6월 미얀마 정당 4개 지도자들이 중국에 초청됐다.

2011~2016년 미얀마의 군·민정 혼합정부를 이끌었던 테인 세인 전 대통령도 중국을 방문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 관리들은 테인 세인이 미얀마의 새 지도자를 맡거나 현 군부 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이 물러나 2025년 이번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물었다고 전해진다.

미얀마 군부와 반군 모두 중국 측 중재를 거부했다. 반군은 공세를 지속해 주요 도시를 장악했다. 특히 코캉연합군의 라시오 점령에는 어떤 식으로든 중국이 연루돼 있다고 미얀마인들이 믿고 있다고 잉은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민 아웅 흘라잉은 지난주 라디오 방송에서 반군이 무인기와 단거리 미사일 등을 “외국으로부터 제공받고 있다”는 불만을 표했다.

잉은 “미얀마 군부는 생각보다 친중적이지 않다. 항상 중국에 대한 의심으로 가득 차 있다”며 왕 부장의 미얀마 방문은 미얀마인과 지도부 내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SCMP에 전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조속한 국경지대 안정과 미얀마에서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재가동이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에 총선 실시를 압박하지만 군부를 급진적으로 끌어내릴 의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영향으로 군부가 물러나더라도 반드시 민주주의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서방 싱크탱크에서 나온다.

미국평화기구(USIP) 미얀마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이슨 타워 이사는 이달 초 USIP 웹사이트에 실린 기고에서 “중국은 한족 반군하고만 교류하지 (미얀마 민주화 세력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정부(NUG)와는 교류하지 않는다”며 미얀마 군부의 패배 뒤에도 한족 반군 세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권위주의적 통합’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영문 매체 미얀마 나우는 “왕 부장의 일정에 아웅산 수지여사를 만나는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 연이은 패배에 끈 떨어져가는 미얀마 군부…중국은 총선 압박
     https://m.khan.co.kr/world/asia-australia/article/202407311613001#c2b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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