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업은 한덕수, 이낙연 넘어 ‘역대 최장수 총리’ 될까

박성의 기자 2024. 8. 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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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사의 표명’ 네달 차…김한길‧원희룡 등 하마평
총리 임명 국회 동의 필요…巨野 장벽에 한덕수 유임 가능성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월 총선 직후 사의를 표명했지만, 차기 총리 인선이 미뤄지며 그 배경에 정치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리 인선이 길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신임 총리 후보들에 대한 하마평만 무성한 상황이다. 거야(巨野)의 동의 없이는 총리 인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없기에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만으로 후보를 내기도 어렵다. 일각에선 한 총리의 유임설과 함께, 그가 이낙연 전 총리를 넘어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5월30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김한길?…소문만 무성한 차기총리

지난 총선 후 정치권에선 이른바 '거국 내각설'이 확산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총리 이하 인선에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통합형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4월1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지금도 총리, 비서실장 후임을 전부 자기 식구들 사이에서 찾는데, 그 밥에 그 나물"이라며 "윤 대통령은 탈당하고 이 대표와 만나 협치를 통해서 내각을 구성하는 거국 내각이 아니면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의 바램, 정가의 예언은 어긋났다. 총선 후 '왼쪽'으로 틀 것으로 여겨졌던 윤 대통령의 인사 방향은 되레 더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이다.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친윤(親윤석열)계 복심인 정진석 의원을 앉힌데 이어, '극우 논란'에 휩싸인 이진숙 전 대전MBC사장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각각 방송통신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관심을 모았던 외교‧안보라인에서도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명했다. 이와 함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신설되는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내정했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회전문 인사의 극치이자 인사 만행"(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 "인물이 없어서 썼던 사람 쓰고 또 쓰는 것"(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야권의 제동에도 정부의 인사는 거침없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유독 총리 인선만큼은 늦어지는 모습이다. 한덕수 총리가 총선 직후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후 4개월이 지나도록 차기 총리 인선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총선 후 일부 언론에서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인선설을 보도하며 정치권이 술렁였으나, 이는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정치권에선 야권 인사가 아닌 여권 인사, 그 중에서도 '찐윤'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우선 전당대회에서 낙선하고 잠행 중인 원희룡 전 장관이 총리 후보군으로 부상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일 유튜브 방송 '스픽스'에 출연해 윤 정부에서 극단적 성향 인사들이 주류가 됐다고 진단하면서 "원희룡 (전)장관이 지금 국무총리를 제안받고 고심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민주당 대표와 김대중 정부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역임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22대 총선에서 6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의원과 5선이 된 통일부 장관 출신 권영세(서울 용산구) 의원의 이름도 차기 총리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2018년 4월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낙연 총리(왼쪽), 김부겸 행안부 장관(가운데)이 문재인 대통령을 뒤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의 '958일 재임', 한덕수가 넘어설까

현재로선 친윤계 총리설은 낭설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장관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청문 절차만 거치면 국회 동의 없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지만 총리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인준을 받아야 임명이 가능하다. 민주당의 '특검 공세'와 윤 대통령의 '릴레이 거부권' 쳇바퀴가 계속 도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친윤 총리가 임명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결국  '거국 내각 총리'도, '친윤 총리'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한덕수 총리가 유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개각을 정국 국면 돌파용으로 쓰지는 않겠다고 이야기해왔다"며 "조급하게 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 역시 한 총리에게 큰 신뢰를 갖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덕수 총리가 사표를 제출한 게 사실상 반려 처리 된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 임기인)5년 간 한 총리가 계속 자리를 지킬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미 한 총리는 역대 총리 중 '장수 총리'로 분류된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재임 2년을 넘긴 총리는 정일권·김종필·최규하·노신영·강영훈·고건·이한동·김황식·이낙연 전 총리 그리고 한 총리 등 10명에 불과하다. 이 중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장수한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이낙연 전 총리다. 이 전 총리는 958일 재임하며 김황식 전 총리(878일)가 가지고 있던 역대 총리 최장수 기록을 새로 썼다.

2022년 5월23일 제47대 총리로 취임한 한 총리는 814일째(14일 기준) 재임 중이다. 한 총리는 금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낸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이번 휴가를 개인 일정 없이 쌓인 피로를 푸는 데 휴가를 사용할 전망이다. 복귀 후엔 △여름 재난재해 방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의료 개혁 추진 등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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