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쳤으니 다음은 헤즈볼라'…이스라엘서 공격 여론 고조

이종훈 기자 2024. 8. 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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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 지휘관을 노려 보복 공습을 단행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의 외곽 지역

친이란 진영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벼르는 가운데 이스라엘에서는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가자전쟁 와중에 지난달 말 베이루트 폭격과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로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 간에는 긴장이 어느 때보다 팽팽합니다.

미국은 중동 확전을 막기 고위급 대표단을 중동에 보내 막후 외교전을 펴는 한편, 항모 타격 전단과 핵 잠수함 등을 중동에 배치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나서 '자제력'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작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후 거의 매일 무력 공세를 가하는 헤즈볼라에 공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초강경 우파 연정을 이끄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연정 내 극우성향 정치인은 물론,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를 비롯한 중도파까지 이런 주장을 거들고 나섰습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을 따라 10만 개가 넘는 로켓, 미사일, 드론 등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압도할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또 헤즈볼라의 군사 조직은 하마스와 달리 잘 훈련된 정규군에 가깝기 때문에 전력의 불균형에도 이스라엘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가자전쟁 발발 직후 시작된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북부 공격으로 6만 명이 넘는 주민이 피란했을 정도입니다.

이들 피란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공세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또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어느 정도 격퇴한 만큼 이제 헤즈볼라에 집중할 차례라는 논리도 나옵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67%는 헤즈볼라에 더 공격적인 접근 방식을 지지했으며 그중 42%는 레바논 인프라 공습도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하마스에 비해 훨씬 전력이 강한 헤즈볼라는 선제 타격해야만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스라엘군 가자지구사단 부사령관을 지낸 싱크탱크인 이스라엘 안보·방위포럼의 아미르 아비비 대표는 "누가 먼저 공격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하면 헤즈볼라 역량의 80~85%를 파괴하겠지만 반대의 경우 파괴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헤즈볼라가 먼저 공격하도록 한 뒤 반격해야만 가자지구 전쟁 중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비판까지 받았던 이스라엘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안보 자문 업체 마인드이스라엘의 아모스 야들린 대표는 "협상이 바람직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작다"라며 "전략적으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공격을 기다려야만 헤즈볼라를 마비시킬 군사 행동 개시에 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가자전쟁을 10개월 넘게 치른 지금 헤즈볼라와 전면전이 위험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예비군이 지쳐 있는 데다 무기를 보충할 시간이 필요하며 경제난도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2일 중동 확전의 위험성을 거론하면서 이스라엘의 국가신용등급은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더욱이 이란의 강력한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를 궤멸시키면 이스라엘이 이란과 직접 충돌할 위험도 있으며 이런 상황은 중동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난 12일 "오늘 레바논에서 전쟁을 치르는 상황은 (작년 10월 하마스로 인해) 이 전쟁이 시작된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스라엘군이 왜 헤즈볼라를 겨눠 레바논과 전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영웅들의 북소리와 함께 '절대적 승리' 같은 횡설수설이 들려온다"면서 헤즈볼라와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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