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경찰 아이티 배치 50일···더 깊숙한 곳으로 파고든 갱단
‘무법천지’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케냐 경찰 400명이 파견된 지 14일(현지시간)부로 50일째가 되지만 갱단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주민들은 갱단이 경비대의 감시를 피해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벗어나 더 깊숙한 주변 지역으로 침투해 약탈을 일삼고 있다고 호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300여 명의 어린이가 희생되는 등 미성년자 피해 사례도 다수 나오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외곽까지 진출한 갱단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말 아이티 최대 규모의 무장 갱단 중 하나가 포르토프랭스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강티에 마을을 습격했다고 지난 11일 보도했다. 경찰과 지원군이 이 마을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갱단은 주민 여러 명을 고문·살해하고 마을을 떠난 뒤였다.
이처럼 주민들은 케냐 경찰이 투입됐지만 가시적인 변화는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아이티의 경제학자 케스너 파렐은 “아직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은 없다”며 “갱단 때문에 수도는 여전히 다른 지역과 단절돼있다. 그들은 도로를 통제하고 있으며, 영토를 차지하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청각 장애 청소년이 기숙하는 몽포르 학교의 교사 겸 수녀는 이달 들어 갱단이 자신이 일하는 학교 농장에서 동물을 훔치고, 기숙사에서 자던 아이들에게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총으로 쏘겠다”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CNN에 전했다. 그는 당시 경찰도, 케냐 경찰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안보지원군(MSS)도 현장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 이후 정치 불안정을 겪고 있는 아이티에 ‘위험의 외주화’ 식으로 갱단을 단속하고 있다. 미국 등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유엔은 지난 6월25일 케냐 경찰을 아이티에 파견했다. 400명의 케냐 경찰이 현장에 첫 투입된 이후 지난달 200명이 추가 투입됐다.
케냐 경찰이 지원에 나선 이후 일부 성과는 있었다. 아이티 경찰청은 갱단원을 지칭하는 ‘무법자’ 104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유엔은 지난 3∼6월 아이티 전역에서 갱단 폭력으로 인한 사상자(최소 1379명)가 이전 4개월에 비해 45% 줄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미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갱단을 잡기엔 역부족이다. 케냐 경찰의 인력과 무기가 충분치 않으며, 이들은 포르토프랭스 인근에서만 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 대선을 준비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 4명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정치 안정도 요원한 상황이다.
갱단 가입 강요당하는 미성년자들···일주일에 다섯 명꼴로 아동 사망
현지 아동·청소년은 갱단으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학대를 당하고 있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엔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6개월간 아이티에서 131명의 어린이가 폭력적인 공격이나 무장 단체와 경찰 간의 충돌로 사망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일주일에 5명꼴이다. 사망한 아이 중에는 라이벌 갱단이나 경찰을 도왔다는 이유로 갱단의 표적이 된 사례도 있었다.
세이브더칠드런 아이티 지역 담당인 샹탈 실비 앵보는 “동네 전체가 불타고 납치와 성폭행이 만연한 가운데 어린이들은 총격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이 끔찍한 숫자 뒤에는 확인되지 않은 피해 어린이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세프는 수도권 지역 학교 중 4분의 1 이상이 치안 불안정으로 인해 운영을 중단했으며, 갱단의 약탈로 문을 닫은 포르토프랭스의 병원이 많다고 전했다.
사회·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갱단에 가입하는 미성년자도 있다. 유엔은 지난 5월 갱단 구성원 30~50%가 미성년자이며, 이들이 아이티의 사회·경제·정치적 취약성으로 인해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MSS는 작전 수행 중 갱단에 모집된 아동 등 어린이를 만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이들이 현장에 배치되기 전후로 인권법, 성 착취 및 학대 예방 등 아동 보호 교육을 철저히 받아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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