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쇠공’ 프시케에서 수분 흔적 발견…어디서 기원했을까
“화성과 목성 사이 추운 우주서 생겼을 가능성”
금속으로 구성된 초대형 소행성 ‘프시케’에서 수분 성분이 발견됐다. 프시케는 수십억년 전 행성이었다가 미지의 다른 행성과 충돌하며 껍데기가 날아가고 철 성분의 핵만 남은 보기 드문 천체로 여겨졌다. 하지만 행성이었다가 충돌을 겪으며 핵만 남은 천체에서 수분은 발견되기 어렵다. 기존 가설이 수정될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수분이 어디서 기원했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과학계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는 13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프시케를 관찰했더니 표면에서 ‘하이드록실 분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로 280㎞, 세로 232㎞에 이르는 프시케는 현재 지구에서 약 3억5000만㎞ 떨어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를 떠돌고 있다. 프시케에서 발견된 하이드록실 분자는 수소와 산소 원자가 하나씩 결합해 만들어진 물질이다. 하이드록실 분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구성된 수분이 근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사실 소행성이 수분을 품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수십억년 전 원시 지구에 물을 전한 것도 소행성일 공산이 크다고 본다. 소행성은 암석과 얼음의 혼합 물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시케는 다르다. 프시케 부피의 60%는 철을 주성분으로 한 금속이다. 현재 NASA 등 우주과학계는 프시케가 수십억년 전에는 평범한 행성이었다고 본다. 그러다 미지의 행성과 충돌하며 지각과 맨틀이 날아갔고, 핵만 남아 우주를 떠돌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성 핵의 주성분이 바로 철이다. 프시케는 모양새만 소행성일 뿐 일반적인 소행성과는 기원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다.
그런데 사우스웨스트연구소 연구진은 “만약 수분이 프시케 외부에서 공급된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프시케는 원시 행성의 남은 핵이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성끼리 충돌해 핵만 남은 천체라면 수분이 있기는 힘들다. 충돌 때 고열 때문이다. 수분이 있는 소행성은 일반적으로 ‘스노 라인(snow line)’으로 불리는, 대략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보다 먼 우주에서 생성된다. 여기서 생기는 소행성은 행성이 될 정도로 뭉치지 못한 ‘우주 부스러기’다.
이곳에서는 태양의 힘이 적게 미치기 때문에 춥다. 물이 얼어 고체로 보존된다. 다만 연구진은 프시케가 생성된 이후 우주를 떠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외부에서 수분을 얻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프시케에 얽힌 의문을 품기 위한 근접 관찰은 2029년 실현된다. 지난해 NASA가 발사한 탐사선이 프시케 근처에 도착할 예정이다. 프시케가 정말 행성의 남은 잔재인지, 아니면 행성이 되지 못한 부스러기인지도 이때 명확히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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