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주도권 커진다…국내·수입 완성차 업계, 속속 배터리 제조사 공개

권재현 기자 2024. 8. 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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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전기차 무상 점검을 시작한 14일 서울의 한 벤츠 공식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전기차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잇단 전기차 화재로 소비자들 사이에 배터리 안전성이 최우선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들이 배터리 정보 공개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수입사인 폭스바겐그룹코리아는 14일 홈페이지에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공개했다. 수입 전기차에는 모두 한국산 배터리가 장착됐다.

스텔란티스코리아도 이날 배터리 불안 해소와 소비자 알 권리 증진 차원에서 기존 판매된 순수전기차 3종은 물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2종, 출시 예정인 1종까지 배터리 정보를 안내한다고 밝혔다.

신차 발표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신차 발표의 새로운 ‘문법’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쿠페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폴스타4를 한국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힌 지난 13일에도 관심은 온통 배터리로 쏠렸다.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구 폴스타 스페이스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장에서 “폴스타4의 CATL 100킬로와트시(kWh) 리튬이온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는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상위권 제조사 배터리를 장착하지 않으면 적어도 당분간 국내 시장에선 제아무리 유명한 브랜드의 신차라도 명함을 꺼내기 어려운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납품 협상 과정에서 배터리셀 제조사들의 목소리가 기존보다 더 커지리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롤랜드버거 컨설팅 이은민 부사장은 “어떤 배터리를 장착했는지가 소비자들 사이에 전기차 구매의 새로운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이번 인천 전기차 화재 사건의 후폭풍이) 상대적으로 장기간의 업력을 쌓아온 국내 배터리 3사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품질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 시장 점유율 등에서 앞서 있는 배터리를 선호해서다.

이와 달리, 완성차 업계의 고민은 커져만 가고 있다. 당장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진정시켜야 한다. “배터리도 부품”이라는 논리로 영업 비밀에 부쳐온 제조사 정보를 너도나도 밝히고 나선 배경이다. 배터리 결함 여부를 포함한 무상 점검도 시작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대책 관련 실무 후속 조치도 결국은 오롯이 전기차 제조사들의 몫이다.

먼저, 95~97%까지만 충전이 되도록 3~5%로 설정해놓은 배터리 안전마진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통해 10%로 늘려야 한다. 서울시 등이 다음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90% 이하로만 충전할 수 있게 제한된 전기차만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충전율을 제한하면서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과제가 떨어진 셈이다. 배터리에 화재 위험이 생기면 즉시 경고하는 기술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생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설득력을 얻으면서 완성차 업계 내부에선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하이브리드카 판매 비중을 늘리면서 캐즘에 대비하는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와 순수전기차의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EREV는 내연기관과 배터리를 함께 장착했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카와 같지만, 바퀴를 배터리와 연결된 모터와 내연기관 엔진이 함께 굴리는 하이브리드카와 달리 모터로만 굴리는 게 특징이다. 내연기관 엔진이 주행 중 생산한 전기를 기반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므로, 별도 충전기를 쓰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주행거리도 일반 전기차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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