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중국 라이선스 뮤지컬 '접변'...두 여성의 시스터 로맨스를 그리다

2024. 8. 14. 1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 라이선스 뮤지컬 '접변'
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뮤지컬 '접변'. 포커스테이지 제공

'K뮤지컬'이란 용어가 등장한 것은 10여 년 전 뮤지컬 '궁'과 '미녀는 괴로워' 등이 일본에 진출하면서였다. 한류의 영향이었으나 지속적 실체를 지닌 현상은 아니었다. 현재는 K뮤지컬이 실존하는 현상이 됐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그렇다. 지난해 중국에서 공연된 한국 뮤지컬은 거의 20편에 이른다. 한국과 중국의 뮤지컬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방적으로 중국에 한국 뮤지컬이 진출하는 것을 넘어 중국 뮤지컬도 한국에 소개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초연된 뮤지컬 '접변'이 중국 제작사 포커스테이지와 한국 제작사 네버엔딩플레이의 공동 제작으로 국내 무대에 올랐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통해 '디에'와 '비천' 등 중국 뮤지컬이 공연된 적은 있지만, 한국어 버전의 중국 뮤지컬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선보이는 최초의 중국 라이선스 뮤지컬인 셈이다.


반전으로 드러나는 첩보 로맨스물의 매력

뮤지컬 '접변'. 포커스테이지 제공

'접변'은 1939년 중국 상하이의 우원로가 배경이다. 중국이 일본을 비롯한 세계 열강의 침탈 대상이었던 시기에 중국의 주요 도시는 열강의 조계지(치외법권 지역)였다. 우원로는 여러 나라의 공동 조계지였다. 다양한 정치 집단과 정보 집단이 활동하기에 최적지였다.

우원로에 위치한 공원별장. 이곳에 머무는 진 선생의 둘째 부인 심문군에게 홍콩의 유명가수이자 진 선생의 애인인 만만이 찾아온다.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둘째 부인과 애인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심문군은 진중하고 절제가 몸에 밴 여성이다. 만만은 자유분방하고 향락을 즐기는 다분히 감정적인 여성이다. 넘버 '그녀 같은 사람'에서 만만은 심문군을 '재미없는 사람, 냉랭한 사람'으로, 심문군은 만만을 '예의 없는 사람, 뻔뻔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불편한 관계에 성격마저 맞지 않던 두 여성이 15번 넘버 '무도회 마지막 춤'에 이르면 만만은 '기억해 줘'라고 하고, 심문군은 '잊어버려'라고 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그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아픔을 간직한 이별을 하게 되는 것일까. 이것이 뮤지컬 '접변'의 중심 이야기다.

근본적으로는 시스터 로맨스물의 성격을 띠지만 외형적 장르는 미스터리 첩보물에 가깝다. 작품은 잡지사 기자 제치평이 만만을 인터뷰하기 위해 공원별장을 방문하면서 시작한다. 만만 대신 제치평을 맞은 심문군은 일본 영사관 무도회 이후 만만이 실종됐음을 알린다. 심문군은 만만을 찾기 위해 제치평에게 만만과의 첫 만남부터 실종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과정을 통해 격동하는 역사의 물결 속에서 뜻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 했던 두 여성의 진정한 모습이 밝혀진다. 예상치 못한 사건의 전개와 진실, 그리고 가슴 아픈 사연과 반전을 통해 첩보 로맨스물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익숙한 듯 이국적인 중국 전통 느낌의 선율

뮤지컬 '접변'. 포커스테이지 제공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가 회상되고, 반전과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는 형식이다 보니 같은 사건이 반복된다. 인물의 과거사가 한 곡의 노래로 설명되면서 드라마가 다소 느슨해지는 면도 있다. 그러나 놀라운 반전과 두 여성이 진실한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이 단편적 지루함을 상쇄한다. 중국 전통 느낌을 담은 멜로디의 음악은 한국 전통 선율과 비슷해 익숙하면서도 이국적 느낌을 준다.

가로로 긴 공연장을 진 선생의 부유한 별장으로 꾸민 무대는 작품의 정서와 어울린다. 중국 건축물을 잘 고증하면서도 어딘가 몽환적 느낌을 주는 무대는 정치물이자 첩보물이면서 로맨스물을 추구하는 작품과 어우러진다. 집을 메인 무대로 삼아 창문 밖을 또 다른 공간으로 활용하고, 객석 통로까지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등 극적 서사를 효과적으로 이끈 연출이 돋보였다.

중국 원작을 한국적으로 바꾸는 작업에는 한국 창작진이 참여했다. 대본과 가사 각색은 뮤지컬 '팬레터'의 작가 한재은이, 음악은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음악감독 이진욱이, 그리고 연출은 '유진과 유진'의 이기쁨이 맡았다. 9월 22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공연한다.

객원기자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