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 대통령의 방송4법 재의요구 이유 “임명권 행사 막으면 국민주권주의 위반”
명분 쌓기 위한 의도인 듯
국회 입법권 침해 부담도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4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대통령의 임명권이 제한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지난해 방송3법 거부권 행사 때보다 민주주의,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등을 부쩍 더 많이 언급했다. 거부권 행사가 많아지면서 반감이 커지자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경향신문은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지난 13일 접수된 윤 대통령의 방송4법 재의요구서를 입수했다. 방송4법은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정부의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일 방송3법(방송4법에서 방통위법 제외)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22대 국회의 방송4법 중 방송사 관련 3법은 21대 국회에서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방송3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사장의 임기 보장 조항을 강화했다. 방송사 운영에 지장을 초래했거나 직무수행이 곤란하게 된 경우 등을 제외하면 임기 중 의사에 반해 해임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재의요구안은 추가된 조항에 대한 지적을 넘어 대통령 임명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보강했다. 윤 대통령은 방송문화진흥회법 등 재의요구서에서 “민주적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특정 단체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방통위의 이사 임명권에 관여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위반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적었다. 그는 또 “국민으로부터 행정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은 행정기관의 담당자에 대한 임명권을 직접 또는 위임 행사한다”며 대통령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를 통해 행정기관 담당자의 권한행사가 국민에게 이어지고 헌법상의 국민주권주의가 실현되는 것”이라며 “국가 행정권의 중요 영역을 담당하는 한 그 기관이나 법인의 담당자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담겼다. 그는 “국회가 법률로 헌법에서 부여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훼손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며 “(이사 추천권을 특정 단체에 주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도 위반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방통위법 재의요구서에서도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의 구성 및 최종 의사결정 과정도 대통령과 정부의 의사가 우월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며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방통위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정부 행정권의 본질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서에서 권력분립 원칙, 대통령의 임명권 등을 강조한 것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부터 지난 12일 방송4법까지 총 19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총선 참패로 민심을 확인한 상황에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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