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정봉주 ‘명팔이’ 논란···2기 지도부 갈등 씨앗

이유진 기자 2024. 8. 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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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이재명팔이’ 세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당원들의 뒤통수를 친 정봉주는 출당하라! ‘명팔이’가 명령한다! 정봉주는 출당하라!”

서울 한낮 기온이 35도에 이른 14일 오후 1시쯤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 유튜버들을 포함해 약 30여명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정봉주 아웃(OUT)’이라고 쓴 손팻말을 든 이들은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의 강성 지지층으로,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 참가자는 “(정 후보의) 행동 하나하나가 민주당이 나아가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될 거로 생각한다”며 “계속해서 정봉주의 사퇴가 아닌 출당을 외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의 이른바 ‘명팔이’(이재명 팔이) 발언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정 후보는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하면서도 “이재명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하며 실세 놀이를 하는 ‘명팔이’을 잘라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친이재명(친명)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강성 지지층의 정 후보 사퇴 요구까지 이어졌다.

정 후보가 말한 ‘명팔이’로 민주당 내 최대 친명계파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파문은 확산했다. 혁신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 후보는 ‘명팔이’가 혁신회의가 맞는지 공개적으로 밝혀달라”며 “그 대상이 혁신회의가 맞는다면 정 후보와의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후보의 실체도 알 수 없는 ‘명팔이’ 발언으로 혁신회의는 호가호위를 한다고 지목당했고, 주체적인 선택을 했던 당원들도 보수 언론에 의해 모욕을 당했다”며 “지금이라도 당원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했다.

8·18 전당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 후보는 자신이 비판한 대상이 누구인지 아직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딸과 당원들은 ‘이재명 팔이’가 아니다”라면서 자기와 개딸이 싸운다는 주장은 “수구·보수 언론의 이간질”이라는 글을 올렸다. 정 후보는 이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을 축하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 후보의 돌출 행동은 대의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의식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전당대회 초반 권리당원 온라인투표에서 1위를 하다가 이재명 후보가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면서 2위로 밀려난 상태다. 권리당원 선거인단보다 이 후보 지지 성향이 옅은 대의원 투표·일반국민 여론조사는 최종 결과 합산에서 각각 14%와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가 남아있기에 전략적인 고려를 한 게 아닌가 (싶다)”며 “이 후보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들, 본인이 소위 레드팀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의 민주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의도를 갖고 발언하는 과정에서 명팔이라고 하는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했다.

전당대회 이후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당선 안정권인 정 후보는 앞서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후보가 차기 지도부에 입성하면 당 지도 체제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 후보는 이 후보에게 (정치적으로) 진 빚이 없고, ‘명심’ 논란에도 (전당대회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세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경선 이후 독자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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