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멈췄다…"바닷가로 가족여행 가요" 택배기사들 환한 미소
"내일부터 이틀간 '택배 없는 날'이라 평소보다 늦게 배송될 수 있어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관계자는 한 고객으로부터 택배 상자를 받아서 들며 이같이 설명했다. 창구 앞에 세워진 안내문에는 "택배 없는 날에 따라 소포우편물이 접수 제한 및 배달 지연 됨을 알려드리니 소포 접수 시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14일 일명 '택배 없는 날'이 올해로 시행 3년 차를 맞았다. 택배 없는 날은 2020년 코로나19(COVID-19) 펜데믹으로 택배량이 급증하면서 택배 기사의 업무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시작됐다. 당시 고용노동부와 주요 택배사는 매년 '8월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우체국 택배·로젠택배 등 주요 택배사와 소속 택배 기사들이 14일부터 이틀간 휴식에 들어갔다.
택배 기사는 개인 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연·월차가 나오지 않는다. 노동 시간에 대한 제한도 없었으나 2021년 택배 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노동 시간을 주 60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씨는 통상 오전 8시쯤 출근해 오후 6시~오후 8시까지 근무한다. 택배 분류를 위한 인력이 충원되면서 업무 부담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하루 평균 300~400여개의 택배를 배송한다.
가장 바쁜 날은 화요일이다. 주말에 출고되지 않은 물건들이 월요일부터 출고되면서 화요일에 가장 많은 물량이 쌓인다. 그는 "화요일의 경우 평균 12시간을 일한다고 보면 된다"며 "물량도 다른 평일과 비교해 100개 정도 더 많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서 일하는 10년차 택배 기사 정모씨도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한다. 그는 "택배 단가가 10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물건을 더 많이 배송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쉬는 날이 거의 없다 보니 강제로라도 쉴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민 김모씨(29)는 "며칠 불편은 하겠지만 택배 기사들이 쉬는 동안 마트, 시장 등 다른 유통 업체로 직접 가게 되니 상생에도 좋을 것 같다"며 "택배 받는 것에 익숙해져 택배 기사들의 소중함을 몰랐는데 새삼 감사하다는 마음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대형 택배사가 휴식기를 가지면서 쉬지 않는 중소택배사로 물량이 몰린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형 화물 택배 회사에서 일하는 백모씨(42)는 "인근에 복숭아 과수원이 많은데 이 시기가 가장 절기"라며 "갑자기 대형 택배사들이 운영을 멈추니 농장 주민들 사이 혼선이 생기고 업무량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워낙 업무가 고되다 보니 제도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택배 없는 날'을 유동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30년째 택배 기사로 일하는 오모씨(52)는 "올해는 수요일과 목요일에 쉬게 되는데 쉬는 건 좋지만 금요일에 마주할 밀린 물량을 생각하니 걱정"이라며 "광복절을 전후로 택배 없는 날을 조율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선범 전국택배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최근 3년 동안은 택배 없는 날을 지정해 택배 기사들이 쉬도록 하나 1년에 하루라 부족한 면도 없지 않다"며 "궁극적으로는 택배기사들에게도 연·월차 등이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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