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오해’인가 카카오의 ‘실수’일까…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초긴장’
“적법 절차” 해명했지만 또 터진 악재에 카카오 ‘출렁’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카카오 그룹의 핀테크 계열사인 카카오페이가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의 핀테크 업체 알리페이에 4000만 명이 넘는 고객 신용정보를 동의 없이 넘겼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카카오페이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보 이전이 이뤄진 것이며 꼼꼼한 암호화를 거쳐 개인정보 오남용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가조작 논란에 이어 또 다른 악재를 마주하게 된 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 당국의 칼날이 핀테크 업체 전반을 향하게 되면서, 카카오 측은 긴장 속에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4052만 명, 542억 건 개인정보 中에 보낸 카카오페이
1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의 고객 신용정보 제공 자체는 사실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페이에 대해 지난 5~7월 현장검사를 진행한 결과, 카카오페이가 2018년 4월부터 현재까지 알리페이에 매일 고객 신용정보를 전달한 사실을 적발했다.
금감원 발표 자료를 종합하면,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에 제공한 개인 신용정보는 누적으로 4052만 명분, 건수로는 542억 건에 달한다. 카카오 계정과 휴대전화 번호, e메일 주소는 물론 충전·출금·결제·송금 등 카카오페이 거래 내역까지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 계열사이자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다.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와 제휴를 토대로, 국내 고객이 알리페이와 계약한 해외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에 고객 신용정보를 전달한 이유는 애플의 요청 때문이다. 애플이 앱스토어 입점 조건으로 알리페이에 NSF스코어(일괄결제 시스템에 필요한 고객별 신용점수)를 요구하자, 이를 산출하기 위해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에 개인 신용정보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NSF 스코어 산출 대상에 해당하는 고객의 정보 뿐 아니라 전체 고객의 정보가 동의 없이 전달됐다고 파악했다. 금감원 측은 "NSF스코어 산출 명목이라면 관련 모형을 구축한 2019년 6월 이후엔 산출 대상 고객 신용정보만 제공해야 함에도 전체 고객의 신용정보를 계속 제공하고 있어 고객정보 오남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객 동의 없었다" vs "필요하지 않다"
법적 쟁점은 남아 있다. 우선 카카오페이는 불법적인 정보 제공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보 이전은 카카오페이·알리페이·애플 간 업무 위‧수탁 관계에 따른 처리 위탁방식으로 이뤄져 왔고, 이는 신용정보법에 따라 사용자 동의가 필요 없는 방식이라는 게 카카오페이의 해명이다.
또 카카오페이는 개인 신용정보를 꼼꼼하게 암호화해 개인정보 오남용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철저한 암호화에 따라 해독이 불가능한 데다, 누구의 정보인지 식별할 수 없는 정보 제공은 신용정보법상 위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감원 측은 "카카오페이의 주장과 달리 암호화 방식이 단순해 일반인도 해독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반박했으며, 암호화를 했을 지라도 고객 동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를 시작으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당장 금감원은 네이버페이, 토스페이 등 해외 결제를 주로 담당하는 국내 대형 간편결제사에 대한 서면검사에 돌입했다. 신용정보법에 따라, 개인 정보 불법 유출이 확인된 금융사는 기관·신분제재와 대규모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사법리스크 해소 아직인데…또 터진 악재
이미 주가조작 의혹으로 곤욕을 치고 있는 카카오 그룹으로선 이번 사건이 더욱 뼈아프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는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으로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이라는 대형 악재를 마주한 상태다. 그 영향으로 주가는 고점 대비 5분의 1로 쪼그라들었으며(17만3000원→3만6000원), 카카오페이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그리는 중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전날 당일 카카오페이 주가는 5.61% 급락했으며, 이날에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도 전날 1.89% 급락 마감했고, 이날에는 0%대 상승률을 보였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광고, 커머스, 뮤직, 스토리, AI(인공지능) 사업 모두 하반기에도 경쟁 심화와 업황 부진이 예상되면서 카카오 그룹의 하반기 성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자회사 옥석가리기가 선행돼야 주가가 반등 시그널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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