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고국 온 '항일 의병 문서' 두루마리 펴보니…"진기한 자료"(종합)

이수지 기자 2024. 8. 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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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가유산청은 1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통해 국내로 들여온 자주독립 문화유산인 '한말 의병 관련 문서', '한일관계사료집(韓日關係史料集)­국제연맹제출 조일관계사료집­', '조현묘각운(鳥峴墓閣韻) 시판(詩板)'을 일본과 미국 등 국외에서 환수해 언론에 최초 공개하고 있다. 2024.08.1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제 동생이 붙잡힌 뒤에 의병 각 군진이 실망하여 기강이 해이해질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서로 아끼고 보호하기를 전보다 더해야 국권을 회복하고, 백성을 보호하며, 국토를 보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07년 경기도 양주에서 조직된 항일 13도 연합의병부대인 '13도 창의군' 제2대 총대장 허위(1855∼1908)가 음력 1908년 5월13일 일본 헌병에 붙잡혔다. 당일 그의 셋째 형 만주 부민단 초대 단장 허겸(1851~1939)은 각 의진에 협력을 촉구하며 불굴의 항전 의지를 다졌다.

일제 강점기 일본 헌병에 빼앗긴 항일 의병들이 활동한 내용이 담긴 문서가 100여 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왔다.

1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언록공개회에 일본과 미국에서 환수된 '한말 의병 관련 문서', '한일관계사료집 ­국제연맹제출 조일관계사료집', '조현묘각운 시판'이 처음 공개됐다.

19세기 중반∼20세기 초반에 제작된 '한말 의병 관련 문서'는 13도 창의군에서 활동한 허위, 이강년(1858∼1908)이 쓴 문서 9건과 항일 의병장 유인석(1842∼1915)의 시문집 '의암집'이 제작되던 현장에서 일제 헌병이 빼앗았던 유중교(1821∼1893)와 최익현(1833∼1906) 서신 4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가유산청은 1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통해 국내로 들여온 자주독립 문화유산인 '한말 의병 관련 문서', '한일관계사료집(韓日關係史料集)­국제연맹제출 조일관계사료집­', '조현묘각운(鳥峴墓閣韻) 시판(詩板)'을 일본과 미국 등 국외에서 환수해 언론에 최초 공개하고 있다. 2024.08.14. pak7130@newsis.com


이 문서는 두 개 두루마리로 표장(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서 책(冊)이나 화첩(畫帖), 족자(簇子) 등을 만듦)되어 있다. 한 두루마리 크기는 세로 35㎝×가로 406.5㎝, 다른 한 두루마리는 세로 35㎝×가로 569.5㎝에 달한다.

각 두루마리 첫머리에 덧붙여진 글을 통해 일제 헌병 경찰 개천장치(芥川長治)가 이 문서들을 수집하고 1939년 지금 형태로 제작했다.

역사학자 박민영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개천장치는 당시 본인이 수집했던 상당한 문서 중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자료에 주석을 달았던 부분에 '이는 진기한 자료'라는 표현이 계속 나온다"며 "그는 이 자료의 의미를 깊이 인식해 보관 상자도 탄탄하게 제작하고 표장도 상당히 정성 들여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

박철상 한국문헌문화연구소장은 "개천장치가 주석에, '배일거괴' ,'폭도' 등으로 의병을 표현했다"며 "그는 이 문서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인지 적은 내용을 보면 항일 운동에 대한 전문가"라고 덧붙였다.

개천장치는 각 두루마리에 '한말배일거괴지척독(한말 일본을 배척한 우두머리의 편지)’과 ‘한말배일폭도장령격문(한말 일본을 배척한 폭도 장수의 격문)'이란 제목을 달았다.

[서울=뉴시스]국가유산청은 1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통해 국내로 들여온 자주독립 문화유산인 '한말 의병 관련 문서', '한일관계사료집(韓日關係史料集)­국제연맹제출 조일관계사료집­', '조현묘각운(鳥峴墓閣韻) 시판(詩板)'을 일본과 미국 등 국외에서 환수해 언론에 최초 공개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4.08.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허위와 이강년을 체포한 사실이나 '의암집' 제작 현장을 급습한 사실에 대한 기록에서는 일제 의병 탄압과 강압 행위를 확인할 수 있다. 허위가 붙잡힌 당일 허겸과 노재훈이 작성한 문서와 허위의 체포를 통탄하면서도 각 의진의 협력을 촉구했다.

박 소장은 "허위 선생이 잡힌 당일 작성된 문서 중 '국권을 회복하고, 백성을 보호하며, 국토를 보전할 수 있을 것'이란 마지막 문구는 의병을 일으킨 목적이고 자주독립의 의지를 보여주는 제일 중요한 문구"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한일관계사료집'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제연맹에 우리 민족의 독립을 요구하기 위해 편찬한 역사서다.

지난 5월 재미동포 개인 소장자가 역사적으로 가치가 뛰어난 문화유산을 국민들이 함께 향유하길 바란다며 아무런 조건 없이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기증했다.

편찬 당시 100질이 제작됐다. 현재 완질로 전하는 것은 독립기념관 소장본과 미국 컬럼비아대학 동아시아도서관 소장본까지 2질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환수는 그 의미가 크다.

박 책임연구원은 "국제 연맹에 우리 민족의 독립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간행된 이 자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출판한 유일한 역사서"라고 소개했다.

각 권 첫머리에 집필자 중 독립운동가 김병조의 인장이 날인되어 있다. 그의 수택본(소장자가 가까이 놓고 자주 이용해 손때가 묻은 책)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향후 한국 독립운동사 연구에 활용 가치가 높다.

'조현묘각운 시판'은 독립운동가 고하(古下) 송진우(1890~1945)의 부친이자 담양학교 설립자 송훈(1862~1926)의 작품이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광덕리에 있는 옛 지명 '조현(鳥峴)'에 묘각을 새로 지은 것을 기념해 후손이 번창하길 축원하는 칠언율시가 적혀 있다.

이 환수유물은 지난 6월 소장자이자 일본 도쿄에서 고미술 거래업체를 운영하는 김강원 대표가 기증해 일본에서 돌아왔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이번에 공개한 환수 문화유산은 단순히 국외에 있던 문화유산을 국내로 되찾아온 물리적 회복이란 의미를 넘어서, 우리 선조들이 조국을 지켜왔던 정신을 오롯이 회복하는 값진 성과"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국가유산청은 1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통해 국내로 들여온 자주독립 문화유산인 '한말 의병 관련 문서', '한일관계사료집(韓日關係史料集)­국제연맹제출 조일관계사료집­', '조현묘각운(鳥峴墓閣韻) 시판(詩板)'을 일본과 미국 등 국외에서 환수해 언론에 최초 공개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4.08.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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