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인도 금융권에서 매년 직원 수천 명이 그만두는 이유

민서연 기자 2024. 8. 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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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경제 발전으로 금융 업무 강도 높은데 급여는 낮아
늘어나는 이익은 고위직이 싹쓸이...신입 직원 교육시스템도 부재

인도의 이직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를 주도하는 것은 인도 금융권. 인도 금융권의 신입 직원들 두 명 중 한 명은 그만두는 상황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원인은 다름 아닌 인도의 경제 성장에 있다. 급격하게 발전하는 경제와 늘어난 업무에도 신입들의 연봉은 오르지 않고 고위직의 급여만 오르니 신입들은 더 높은 연봉과 승진을 위해 회사를 이리 저리 옮겨다니게 된 것이다.

1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 금융업계의 높은 이직율에 대해 분석했다. 인도의 인구는 약 14억명, 인도의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매년 더 높은 비율의 인도 국민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데이터 추정에 따르면 금융 분야의 이직률은 세계 금융권 이직률의 평균 두배 수준이며 미국과 일본, 독일 등 다른 대국과 비교가 안될 수준으로 높다. 특히 인도 최대 사립은행에서의 이직률은 5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의 타지마할./로이터 통신

이직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혼재되어 있다. 우선 인도 경제의 호황으로 일부 신입 은행원들은 이직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쉬워졌다. 또한 신입들에 대한 교육 시스템 부재와 한 직장에서 장기 근무자의 승진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한 직장에서 오래 있기 보다는 다른 회사로 넘어가 경험 및 커리어를 쌓고 몸값을 높이는 게 훨씬 낫다는 설명이다.

최근 인도에서 은행 임원급의 급여는 홍콩과 싱가포르 금융권의 수준과 맞먹을 정도로 치솟았다. 그러나 신입 직원들의 급여는 여전히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신입 직원들은 자신의 급여를 빨리 올릴 수 있는 방법과 빠르게 승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이것이 높은 퇴사 및 이직률로 이어졌다. 통신은 신입직원과 고위직의 극명한 급여 수준 차이는 국가 빈부격차 확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마치 1920~30년대 미국의 황금기와 비교할 만한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인도의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데 비해 신입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키워나가는 시스템은 여전히 구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는 최근 10년 사이 수억명의 사람들이 생애 처음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했다. 그만큼 이전에는 금융과 경제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였고, 투자의 개념이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 모여든 자금을 통해 인도의 많은 은행들은 사상 처음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는 인도의 전통 은행과 현대 핀테크 기업 등 금융생태계 내 치열한 투자 유치 경쟁으로 이어졌다. 빠른 경제 성장과 모여들던 예금은 최근 투자금으로 더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금융권의 직원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모시기 위한 영업 압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제 막 뽑힌 직원들은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돼 회사 상품을 닥치는 대로 팔아야하고,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고객들을 상대하는 상황에 놓였다.

인도 뭄바이의 인디아 스테이트 뱅크(SBI) 로고./로이터

지난해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중견 규모의 은행에 취직한 23살의 한 청년에 따르면 금융권의 상사들은 이제 막 입사한 신입들에게 투자자들을 대거 늘릴 것을 기대한다. 실제로 인도의 은행들은 신입들에게 과도하게 업무를 위임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회사의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다른 은행들의 고객들도 신입들이 모셔올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신입을 채용한다.

결국 그가 근무하던 첫 10개월 동안 수많은 주니어 직원들이 업무에 대한 낮은 보상과 승진 기회 박탈로 좌절하면서 그만뒀다. 또한 신입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사들은 항상 자신의 업무 결과에 불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통신과 인터뷰 했던 이 직원은, 본인이 금융업계의 보복을 받을 수 있어 자신의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인도 벵갈루루에 본사를 둔 인력 솔루션 업체 엑스피노(Xpheno)의 카말 카란스 공동 창업자는 많은 투자자들이 인도의 상승세를 보고 달려들고 있다며 이들은 은행이 더 큰 수익을 위해 무엇이든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젊은 직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압력솥’같은 환경”이라며 “특히 영업 직원과 회사의 마찰이 큰데, 직원들은 회사 상품을 최대한 공격적으로 팔아야하는 힘든 상황과 더불어 기대가 높은 소비자들도 달래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금융업계의 비정상적인 이직률은 인도 중앙은행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인도 산업의 최대 일자리인 금융업계에서의 높은 이탈은 채용 및 재교육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또한 전세계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로서 성장하고 있는 인도의 성장률에 해가 될 수도 있다. 샤크티칸다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는 “지난해 10월부터 금융권의 퇴사율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팀을 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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