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입시를 지배하는 ‘붉은 여왕’

홍다영 기자 2024. 8.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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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살고 있는 중학교 2학년 A군.

한국의 입시 경쟁은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과 비슷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이 수십년 동안 계속돼 왔지만 한국인이 노벨상(평화상 제외)을 수상한 적은 한번도 없다.

붉은 여왕이 한국 입시와 사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한 같은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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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살고 있는 중학교 2학년 A군. 여름방학 동안에 학원 3곳을 더 다녔다. 고등학교 과정 국어, 영어와 과학을 선행 학습하는 학원들을 추가한 것이다. 고등학교 수학을 배우는 학원은 늘 다니고 있다. 이번 방학 중에도 학원 숙제를 하느라 새벽 3시까지 잠을 잘 수 없는 날이 많았다.

A군은 “특목고나 의대를 갈 생각도 없고 고등학교 과목을 이해하기도 힘들다”면서 “친구들에게 뒤처질까 봐 불안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입시 경쟁은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을 떠올리게 한다. 앨리스는 붉은 여왕의 손을 잡고 함께 뛰지만 처음에 출발한 나무 아래를 벗어나지 못한다. 당황한 앨리스를 향해 붉은 여왕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여기에서는 할 수 있는 한 힘껏 달려야만 같은 곳에 겨우 머무를 수 있을 뿐이다.”

초등학생 의대반으로 시작하는 입시 경쟁은 성인이 돼도 끝나지 않는다. 대학생은 휴학을 하고 N수(재수 이상)에 도전한다. 직장인도 퇴근 후 학원에 다니며 N수에 나선다. 작년 수능에서 N수생 등은 17만7900여 명으로 28년 만에 최고였다. 올해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 경쟁에선 학생뿐 아니라 부모도 함께 달려야 한다. 작년 한해 국내 사교육 비용은 27조원으로 사상 최고 액수를 기록했다. 월 소득 600만~700만원인 가정에서 한 달에 사교육비로 평균 48만4000원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교육비 부담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녀가 중학생, 고등학생, N수생으로 올라갈수록 사교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입시 경쟁과 사교육이 과거 개발 시대에 필요한 평균적 인재를 양성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창의력 갖춘 인재를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과 비슷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이 수십년 동안 계속돼 왔지만 한국인이 노벨상(평화상 제외)을 수상한 적은 한번도 없다. 판에 박힌 문제에 하나로 정해진 답을 찾는 훈련만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붉은 여왕이 한국 입시와 사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한 같은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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