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 두 쪽 나도···“이들을 잊어선 안 돼”
김태영·최규석 감독 ‘1923 간토대학살’
관동대지진 직후 일본 정부 만행 파헤쳐
이원식 감독 ‘조선인 여공의 노래’
오사카 방적 공장 여성 노동자 초점
8.15 광복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들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편이 극장을 찾는다. 관동대지진 직후 일본 정부에 의해 자행된 조선인 대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1923 간토대학살>과 일제강점기 일본 오사카 방적 공장에서 일한 여성 노동자들을 조명한 <조선인 여공의 노래>다.
김태영, 최규석 감독의 <1923 간토대학살>은 대학살을 자행하고도 110년간 이를 부정한 일본 정부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친다. 일본 정부는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 직후 사회가 혼란스러워지자 조선인들에 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기 시작한다. 조선인들이 방화, 테러, 강도를 일삼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이 점점 퍼지기 시작하면서 일본에서는 동네마다 자경단이 조직돼 조선인, 조선인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추정된 사망자만 6661명이다.
대학살이 발생한 지 무려 101년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는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사과한 일이 없다. <1923 간토대학살>에서 두 감독은 한국과 일본에서 수집한 사진과 영상 기록물, 공식 문서, 개인의 증언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의 재구성한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스기오 히데야 참의원 등 일본 정치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인터뷰한다. 학살 피해자 유족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썼던 지난 세월도 조명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5월 일본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에서도 시사회를 했다.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한 스기오 히데야 의원은 당시 시사회에서 “공문서, 교과서에도 확실히 기술돼 있고 사실관계가 적혀 있다. 일본 정부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할 것은 사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개봉한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 오사카 방적 공장에서 일했던 조선인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당시 일본은 활발하게 돌아가는 방적 산업의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조선에서 젊은 여성 인력들을 대거 데려갔다. 미성년자 노동자도 많았다. 조선인 여성 노동자들은 일본 기숙사에 살면서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했다. 급료는 적었고,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도 제한됐다. 당연히 배부르게 먹을 수도 없었다. 일본인들이 쓰레기로 버린 ‘호루몬(소나 돼지의 내장)’을 가져와 구워 먹는 이들을 보며 ‘조선 돼지’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영화는 이들을 ‘불쌍한 피해자’로만 그리진 않는다. 조선인 여성 노동자들은 강인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자 우리 여공들이여, 오늘 일과를 말해보자”로 시작하는 ‘조선인 여공의 노래’를 불렀다. 글을 몰라 서러운 일을 겪으면 야학을 열어 한글을 공부했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이원식 감독은 2017년 오사카에서 조선인 여성 노동자들의 탈출을 막기 위한 철조망 지지대로 쓰였던 구조물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이번 다큐멘터리를 구상하게 됐다. 그는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이민 1세대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지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라며 “지금도 전 세계에는 침략과 전쟁, 그로 인한 분쟁과 가난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지만, 부분적으로 극영화 형식도 도입했다.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2016)의 주연이었던 오사카 출신의 강하나 등 재일교포 배우들이 출연한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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