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무 대표의 결단...'보릿고개' 엔씨, 창사 후 첫 '물적 분할'

김승한 기자 2024. 8. 1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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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13일 임시 주총...기업 분할 확정
엔씨큐에이·엔씨아이디에스 2개 회사
"본사 고정비 감축·인력 효율화 일환"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실적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경영 효율화와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사 후 첫 '물적 분할' 결정을 완료했다. 올해 3월 박병무 공동대표 취임 후 공격적인 M&A(인수합병) 및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엔씨는 이번 물적 분할을 통해 고정비를 감축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 합류로 10년 이상 이어진 가족 경영의 막을 내린 엔씨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4일 엔씨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QA(품질보증) 서비스 사업 부문과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 부문 등 2개의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설 법인은 엔씨큐에이(QA)와 엔씨아이디에스(IDS)다. 엔씨의 100% 자회사로 비상장법인이다. 올해 10월 1일 출범한다. 엔씨큐에이와 엔씨아이디에스 대표는 김진섭 엔씨 QA센터장(상무), 이재진 전 웅진씽크빅 대표로 확정했다.

엔씨큐에이 사업 영역은 △소프트웨어 품질 보증 서비스 및 기타 관련 사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 △정보 기술 및 컴퓨터 운영 관련 서비스 등이다. 엔씨아이디에스는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컴퓨터 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사업을 한다.

엔씨는 이번 분할을 통해 각 사업 부문별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핵심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사업 고도화를 실현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신설회사는 기술지원조직의 전문성을 활용해 B2B(기업 간 거래) 중심 전문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엔씨는 본연의 경쟁력을 지킬 뿐 아니라 지속 성장의 기틀 마련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물적 분할은 본사의 고정비 감축 및 인력 효율화의 일환이기도 하다. 본사에서 엔씨큐에이·엔씨아이디에스로 이동 예정인 직원 수는 36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엔씨는 지난번 권고사직으로 일부 직원들이 퇴사했고, 이번 분사를 포함해 연말까지 본사 인원을 4000명대 중반(지난해 12월 기준 5023명)으로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효율화 작업을 지속해 내년엔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한 엔씨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엔씨의 분사 자회사들은 향후 자생력을 갖춘 뒤 외부 투자유치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불안감도 상존한다. 엔씨가 신설회사를 폐업하거나, 매각을 통해 '새 주인 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구현범 엔씨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달 30일 직원 대상 설명회에서 "분사 후 폐업 시나리오는 없다"며 "혹시 분사 후 3년 내 매각하거나 (경영난의 이유로) 폐업할 경우 본사로 재고용할 것을 약속한다"고 못 박았다. 다만 구두 약속인 만큼, 명문화해 달라는 노조 측의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박 대표 취임 후 본격화되는 구조조정에 대한 내부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이날 주총에서 송가람 엔씨 노동조합 지회장이 "권고사직과 기업 분할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영진과 임원들이 충분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임원 규모를 20%가량 감축한 사실을 언급하며 "내년 공시를 보면 임원 인센티브나 연봉이 많이 깎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직원들은 고용이 보장돼있지만 임원들은 계약직이고 언제든지 성과가 안 좋으면 나가게 돼 있다"며 "그 점(고용 안정성)은 직원들이 더 많이 보장받고 있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회사 성장 및 경영 쇄신 작업에 더욱 고삐를 죌 전망이다. 실제 박 대표는 취임 후 M&A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엔씨는 스웨덴 소재 신생 게임 개발사 '문 로버 게임즈'에 350만달러(약 48억원)의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이달 5일에는 국내 대표 서브컬처 게임 전문 개발사 '빅게임스스튜디오'에 370억원의 지분 및 판권 투자도 진행했다. 박 대표는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 대표 시절 동양생명, BC카드 등 20개에 달하는 M&A와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기업가치를 키워낸 바 있다.

한편 현재 엔씨는 역대급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엔씨는 지난 5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3689억원, 영업이익 8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2%, 74.9% 감소했다. 당초 엔씨는 2분기 14억원(컨센서스)의 영업손실을 내며 12년 만에 적자가 예상됐는데, 간신히 적자는 면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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