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조직, 미 선거에 ‘돈 폭격’…가자학살 비판 의원들 낙마

이본영 기자 2024. 8. 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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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경쟁이 달아오르는 이면에서 '반이스라엘' 의원들을 떨어트리기 위한 유대인 조직의 움직임에 민주당 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11월5일 대선과 함께 치르는 의회 선거를 앞두고 낙선 운동 대상이 된 의원들이 당내 경선에서 낙마하면서 진보파 의원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두 의원의 공통점은 최대 유대인 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협의회'(AIPAC)의 낙선 운동 대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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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코리 부시(왼쪽) 하원의원과 자말 보먼 하원의원이 지난 4월 백악관 근처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경쟁이 달아오르는 이면에서 ‘반이스라엘’ 의원들을 떨어트리기 위한 유대인 조직의 움직임에 민주당 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11월5일 대선과 함께 치르는 의회 선거를 앞두고 낙선 운동 대상이 된 의원들이 당내 경선에서 낙마하면서 진보파 의원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3일까지 민주당 경선 결과를 보면, 당내에서 진보색이 뚜렷한 의원들의 모임인 ‘스쿼드’(Squad·분대) 소속 하원의원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뉴욕주에 지역구가 있는 자말 보먼 의원과 미주리주에 지역구를 둔 코리 부시 의원이 이들이다.

두 의원의 공통점은 최대 유대인 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협의회’(AIPAC)의 낙선 운동 대상이라는 점이다. 에이펙 등은 이들을 밀어내고 경쟁자들을 당선시키려고 자신들이 만든 ‘슈퍼 팩(PAC·정치행동위원회)’들을 통해 광고비 2500만달러(약 341억원)를 쏟아부었다. 이 때문에 두 의원 지역구는 역대 가장 비싼 하원의원 경선을 치른 곳이 됐다.

이들이 에이펙의 표적이 된 것은 4만명 가까이 살해된 가자지구 전쟁 때문이다. 스쿼드 소속 의원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에 대한 맹목적 지원을 비판하며 즉각 휴전을 요구해왔다. 백악관 근처에서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에이펙 등이 만든 슈퍼 팩들은 광고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이들의 태도를 거론하지는 않고 다른 약점을 들추는 데 집중했다. 부시 의원의 경우 선거자금 지출에 대해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게 문제가 됐다. 유대인 조직들은 이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해왔다는 점이 낙선 운동 이유라는 점을 숨기지는 않는다.

이 의원들은 경선 과정에서 에이펙이 돈의 위력으로 정치를 좌우한다거나 공화당과 연계돼 활동한다고 반박했다. 진보 성향 유권자 단체도 이들을 도우려고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에이펙은 9명이 속한 스쿼드에서 유명세가 큰 편인 일한 오마르 의원의 경우 경쟁력 있는 상대 후보가 나오지 않자 낙선용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 오마르 의원은 이날 미네소타주 지역구 경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 안팎에서는 에이펙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노골적 낙선 운동의 효과를 지켜본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스라엘 문제에는 말조심해야 한다는 ‘위축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의원이 2022년에는 당내 경선에서 크게 이겼는데도 이번 경선에서 패했다는 점은 동료 의원들을 더 긴장시키고 있다. 진보파 의원들의 대부 격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그들(유대인 조직들)은 성공의 냄새를 맡았다”며 “자말과 코리만 쫓지는 않을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그는 또 에이펙 등의 행동에 대해 “더 큰 분노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괴롭다”고 했다.

미국 진보 진영에서는 에이펙이 진보파 의원들을 솎아내고 위축시키면 진보적 입법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에이펙 쪽은 진보적 의제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반이스라엘 행위를 견제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이날 이스라엘에 F-15 전투기 50대를 비롯해 20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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