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제조 인력 확충은 부울경의 생존과 직결
하지만 지난 10년간 제조업에서는 연간 2만 7천여 명의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제조업 인력의 약 80%가 전문대졸 이하 이공계열 전공자인데 동남권 전문대학의 공학계열 학생은 2013년 1만8천5백 명에서 2023년 9천1백 명으로 51%나 급감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교수이자 전 세계은행 부총재인 이언 골딘은 저서인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에서 도시가 몰락하는 주된 이유의 하나로 제조업의 쇠퇴를 들었다. 제조업의 위기 원인은 크게 생산 인력 부족과 그 인력의 역량이 부족한 것에서 찾을 수 있는데 동남권에서 제조 인력의 대부분을 충당하는 전문대학 공학계열 학생의 급감은 울산과 경남의 몰락을 불러올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울산과 경남에 자리한 울산과학대학교(총장 조홍래)와 연암공과대학교(총장 안승권)가 연합대학을 구성해 교육부의 2024년 글로컬대학30 사업에 도전하면서 동남권 산업벨트가 요구하는 고급 제조 인력을 양성해 권역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학알리미의 2023년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미 두 대학의 공학계열 재학생 수는 울산과 경남지역 전체 전문대학의 약 56%,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전체 전문대학의 40%에 달할 정도로 동남권 제조업의 인력 수요에 크게 부응하고 있다.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컬 연합공과대학(GLIT : GLocal Institute of Technology)’을 구축했다. 현장 실무인력을 양성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가진 두 대학의 경험과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해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지역의 생산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울산과학대학교는 전국에서 제조업이 가장 발달한 울산에 자리한 만큼 로봇 활용 기반 생산 자동화, 이차전지, 에너지화학, 미래자동차, 스마트·친환경선박 등의 분야에서 지역의 제조업 생산기술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연암공과대학교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공학 허리 인력 배출을 목표로 사천의 항공우주산업, 창원의 ICT융합 등 지역 기반 산업 필요 인재 육성과 기업 참여형 교육 운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의 글로컬대학 도전에 각 대학의 설립 주체인 HD현대와 LG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두 기업은 상당한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고, 사업을 추진할 때 해당 기업이 진출한 해외법인을 활용해 재학생의 국제적 역량 강화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두 대학은 현대와 LG가 가진 도전의 DNA와 개척정신까지 물려받았다. 추가로 두 대학과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지자체와 학교법인이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대학의 사업 추진 목적에 공감하고, 수백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기로 해 체계적 사업 추진의 기반은 이미 다져진 상황이다.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가 구축한 ‘글로컬 연합공과대학(GLIT)’은 동남권 제조인력 양성과 권역 상생을 목표로 ▲마이크로디그리(µ-D) 기반의 초개인화 교육과정 운영 ▲캠퍼스의 실습장화 및 공장화를 구현한 실습·생산 병행 공장 ‘SimFactory’ 구축 ▲연합공과대학 운영모델의 확신을 통한 지역 정주 생태계 조성 등 3가지 핵심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첫 번째 마이크로디그리 기반의 초개인화 교육과정 운영의 핵심은 ‘Roundabout 교육과정’이다. 울산과학대학교-연암공과대학교 ‘글로컬 연합공과대학(GLIT)’은 무전공으로 입학한 재학생에게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는 학습경로를 제시한다. 학생은 본인의 적성과 필요에 따라 직무에 맞춰 개발된 각각의 µ-D를 이수하고, 조합된 결과에 따라 확정된 학과의 졸업장을 받는다.
두 번째 SimFactory는 실습과 생산을 병행하는 공장으로 대학 캠퍼스에서 현장실습이 가능한 산학협력 혁신 모델이다. 실물 공장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구성된 ‘현실과 가상’의 병합 실습 공간을 구축해 산언현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현장 적응력을 극대화한다.
세 번째 연합공과대학 운영모델의 확산을 통한 지역 정주 생태계 조성의 핵심은 사업이 종료되는 5차년도까지 연합공과대학에 참여하는 대학을 최소 5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참여 방법은 대학 전체, 학과, µ-D 단위 등으로 다양화해 소규모 전문대학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연합공과대학의 µ-D는 학생과 지역기업의 선택에 따라 자연스러운 신설과 소멸이 진행돼 대학의 특성화와 지역 경쟁력을 향상하게 된다. 나아가 외국인, 재직자, 은퇴자 맞춤형 µ-D를 개발해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해당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정주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이바지하게 된다.
울산과학대학교 손성민 기획처장은 “울산과학대학교는 교육부가 2011년 당시 전국 146개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선정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사업에 전국 1위로 선정돼 사업이 종료된 2018년까지 8년 연속으로 WCC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대학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또한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는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 지방전문대학활성화사업,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 등 교육부를 비롯한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전국 최고의 전문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다양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돼 연간 수백억 원의 재정지원 사업비를 받아 집행하면서도 단 한 번의 사건·사고와 주관 기관의 지적이 없었던 것은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가 HD현대와 LG의 윤리경영실, 정도경영팀으로부터 매년 강도 높은 재단 감사를 받으면서 쌓은 투명한 사업 운영 덕분이다. 이와 같은 철저한 경영과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는 지방정부와 함께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서 성공적으로 ‘글로컬 연합공과대학(GLIT)’을 운영하고, 동남권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환 기자 hwani8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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