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다고 크게 달라질까?" 38억 FA 효과, 복귀전부터 LG가 달라졌다…대역전 우승 시동 거나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제가 있다고 크게 달라질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좌완 투수 함덕주(31)가 돌아왔다. 지난 1월 왼쪽 팔꿈치 두주골 미세 골절로 수술을 받은 뒤 6개월 재활을 거친 함덕주는 지난달 31일부터 실전 등판에 나섰다. 대학팀과 2차례 연습경기에 이어 퓨처스리그 2경기를 소화한 뒤 13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시즌 첫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난 함덕주는 “너무 오랜만에 1군에 와서 설렌다. 팀이 워낙 중요한 시기다 보니 최대한 보탬이 되기 위해 준비를 잘하고 왔다. 앞으로 매 경기 나갈 때마다 포스트시즌이라 생각하고 던질 것이다”며 “퓨처스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왔다.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건 없다. 팬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구원 평균자책점 1위(3.43)로 강력한 불펜 야구를 펼쳤던 LG는 그러나 올해도 이 부문 2위(4.85)에 올라있지만 전체적인 힘이 떨어졌다. 고우석이 미국으로 떠난 마무리 자리는 유영찬이 완벽하게 메우고 있지만 중간이 헐거워졌다. 기대했던 투수들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베테랑 김진성 외에는 확실한 필승조가 없었다.
무엇보다 함덕주의 부상 공백이 컸다. 지난해 57경기에서 55⅔이닝을 던지며 4승4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1.62 탈삼진 59개 WHIP 0.97로 활약한 함덕주는 명실상부 LG 불펜 에이스였다. 블론세이브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안정감을 보여줬다.
시즌 후 LG는 FA로 풀린 함덕주를 4년 총액 38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총액 14억원, 인센티브 18억원)에 붙잡았다. 계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을 했지만 2년 연속 우승을 위해선 꼭 필요한 전력이었고, 후반기 함덕주의 복귀를 기다리며 부족한 불펜으로 꾸역꾸역 버텼다.
함덕주는 “내가 있다고 팀이 크게 달라질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도 “다만 불펜에 어린 친구들이 많다. (임)찬규형은 선발이다 보니 불펜에선 내가 어린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도움이 되는 한마디를 해주면 팀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복귀전이 된 이날 한화전부터 함덕주는 존재 가치를 확실히 보여줬다. 0-2로 뒤진 6회말 선발투수 디트릭 엔스가 선두타자 안치홍에게 볼넷을 내준 뒤 무사 1루에서 함덕주가 호출을 받았다. 황영묵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최재훈을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3루 땅볼 유도하며 투아웃을 잡았다.
장진혁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주며 2사 1,2루가 됐지만 요나단 페라자를 3구 만에 직구로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이닝을 끝냈다. 총 투구수 14개로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40km, 평균 137km 직구(6개), 체인지업(5개), 슬라이더(3개)를 구사했다. 구속이 지난해만큼 나오진 않았지만 복귀전인 것을 감안하면 준수한 투구였다.
함덕주에 이어 7회 이지강도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으면서 LG에 반격 기회가 왔다. 8회 오스틴 딘과 문보경의 적시타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8회에는 김진성이 삼자범퇴로 막았고, 9회 홍창기의 적시타가 터져 3-2로 역전했다. 마무리 유영찬이 마지막 이닝을 책임지며 역전승을 완성했다.
김진성이 7회가 아닌 8회에 나오고, 유영찬이 멀티 이닝을 하지 않는 등 복귀전부터 LG 불펜에 함덕주 효과가 제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LG는 불펜이 중간에서 버텨 거둔 역전승이 많았는데 이날 경기가 그랬다. 남은 시즌 자주 기대할 수 있는 승리 공식이다.
함덕주 복귀로 불펜이 힘을 받은 만큼 2위 LG의 대역전 우승 희망도 부풀어 올랐다. 최근 5연승으로 상승세를 타며 59승48패2무(승률 .551)를 마크한 2위 LG는 1위 KIA(64승45패2무 승률 .587)에 4경기 차이로 따라붙었다. 남은 35경기에서 4경기 차이를 뒤집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못할 것도 없다. 함덕주가 계속 좋은 모습을 유지한다면 LG에도 역전 기회가 한 번은 올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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