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협상 재개? 보복공격 단행?…또다시 짙어진 중동 전운
'시간끌기 용납불가' 하마스, 불참 압박…바이든 "휴전시 확전방지 가능"
(서울=뉴스1) 김성식 이창규 정지윤 기자 = 가자전쟁 휴전협상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재개될 예정이지만 휴전 당사자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불참 의사를 내비치면서 중동을 감돌았던 전운이 또다시 짙어지는 분위기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 피살을 계기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천명했지만 보름 동안 실행을 미뤄온 이란은 이번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보복을 감행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 올렸다.
중동 순방길에 오르려 했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정세가 불안정해졌다는 이유로 돌연 순방 일정을 연기했다. 결국 휴전협상 테이블에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자리하고,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3단계 휴전안'을 기초로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휴전이 성사되는지가 역내 확전과 평화를 가를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13일 익명을 요구한 이란 관료 3명은 로이터 통신에 가자전쟁 휴전협상 타결만이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보복을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휴전이 불발되거나 이스라엘이 고의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판단이 들 경우 이란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비롯한 자신들의 대리세력과 함께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란도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 모습이다. 관료들은 보복을 미룬 이유에 대해 이란이 최근 며칠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과 물밑에서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란이 가자전쟁 휴전 중재국은 아니었지만, 미국과 외교적 소통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오는 15일 재개될 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7일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동 지역의 확전을 막고 싶다면 서방이 먼저 이스라엘을 상대로 가자전쟁 휴전을 촉구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같은 날 알리 바게리 이란 외무장관 대행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현재 이스라엘 정권의 침략과 위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적절한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가자전쟁 휴전과 대이스라엘 보복을 연계하는 이란의 움직임은 '시간 끌기식 협상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하마스의 입장에 보폭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하마스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더 이상의 논의는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세를 지속할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며 추가 협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을 향해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하고 유엔 안보리가 승인한 3단계 휴전안을 즉각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하마스는 이번 휴전 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스라엘을 향한 압박 공세를 이어갔다. 하마스의 레바논 주재 대표인 아마드 압둘하디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그간 휴전 협상에서 기만과 회피로 전쟁을 연장하려 하는 등 진정성을 보이지 않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사안에 정통한 관료들은 지난번 협상에서 상정됐던 휴전안을 이스라엘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하마스도 이번 협상에 늦게나마 참여할 것이라고 NYT에 귀띔했다.
하마스가 거듭 거론한 휴전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말 백악관 연설에서 제안한 3단계 휴전안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인구밀집 지역에서 철수하면 6주간 휴전에 돌입하면 하마스 피랍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일부를 맞교환하는(1단계)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휴전을 영구적으로 연장해 모든 하마스 피랍 인질을 석방하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2단계) △폐허로 돌변한 가자지구를 재건하고 사망 인질 유해를 유가족에게 인도하는(3단계) 과정으로 이어진다. 바이든표 휴전안은 지난 6월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채택됐고, 이를 토대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지난달 자신들의 제안을 담은 수정안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던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숙소에서 피살되자 급물살을 탔던 휴전 협상은 또다시 중단됐다. 이에 미국, 이집트, 카타르 3개국 정상은 지난 8일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고 이튿날 이스라엘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오는 15일 카타르 도하 또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이 열리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전쟁 휴전협상이 성사될 경우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을 막을 수 있다며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날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암 치료 프로젝트 '암 문샷(cancer moonshot)' 행사에서 '가자전쟁 휴전이 이란의 보복을 막을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예상한다"며 협상이 "어려워지고 있긴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국 CBS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고안하고 유엔 안보리의 지지를 받았던 3단계 휴전안이 "여전히 성공할 수 있다(viable)"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이날부터 카타르, 이집트, 이스라엘 등 3개국을 방문하기로 했던 블링컨 장관의 중동 순방 일정은 정세 불안정을 이유로 연기됐다고 이날 로이터와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협상 타결의 관건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기존 3단계 휴전안을 얼마나 온전히 수용하는지다. 지난달 초 양측은 휴전안에 자신들만의 조건을 달아 역제안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 정확히 무엇을 제안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자지구 북부 귀향 과정에서 이들을 검문하고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지역인 필라델피 회랑을 통제할 권한을, 하마스는 영구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에 대한 미국의 서면 보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의 대리세력인 헤즈볼라의 행보도 이번 협상의 분위기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이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일대에 로켓 약 25발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후르페이시, 엘코시, 파수타, 베이트 얀 등 마을에 공습 경보가 울렸으나 로켓이 공터로 떨어지며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이 단행한 표적 공습으로 고위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잃어 대대적인 앙갚음을 예고한 상태였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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