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으로 일어선 독일제국, 결국 갈등으로 멸망했다

독일제국 흥망성쇠 그린 신간 '피와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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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독일 제국이 탄생하고, 몰락한 건 프랑스 베르사유궁 '거울의 방'에서다. '보불전쟁' 승리를 견인한 프로이센의 늙은 왕 빌헬름 1세는 신생 독일제국의 황제로 옹립됐다. 그는 프로이센의 왕으로 죽고자 했으나 명재상 비스마르크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바이마르 공국을 비롯한 독일 남부 국가들도 통일을 찬성하는 건 아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마뜩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스마르크의 교묘한 책략 탓에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통일 행 열차에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 분열된 상태에서 주적 프랑스의 침략을 피할 수 없다고 비스마르크는 공국들을 설득했다.

식민주의가 대세였던 19세기는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시대였기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덩치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비스마르크는 돈과 외교를 활용해 독일 남부 최대 실력자인 바이마르 공국을 구워삶았다.

하지만 승전 후에 독일 제국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았다. 독일은 완전한 통일체라기보다는 "적들의 피로 성급히 이어 붙인 모자이크"에 가까웠다. 제국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상대가 필요했다. 외부든 내부든 적의 '피'가 필요했고, 강력한 군사력(철)도 요구됐다. 그는 내부의 사회주의자들을 "반동"으로 몰아갔고, 제국 내 폴란드인, 덴마크인, 프랑스인들과 독일인들을 '갈라치기' 하기 시작했다.

동독 출신의 역사학자인 카차 호이어가 쓴 신간 '피와 철'(Blood and Iron)은 독일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책이다.

저자는 갈등에 뿌리를 둔 독일 제국이 필멸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통합을 위해 갈등 요소를 끊임없이 만들었던 비스마르크와 빌헬름 2세의 책략은 장기적으로 독에 가까웠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독일 제국을 무너뜨린 것은 민주주의나 사회주의의 비전이 아니다. 독일 국민이나 연합군도 아니다. 이 체제는 처음부터 결함이 있었고, 박애가 아니라 전쟁의 토대 위에 세워졌기에 붕괴했다. 국가 통합을 유지하려면 갈등의 성찬이 필요했고, 1914년 재앙이 닥칠 때까지 (독일제국은) 끊임없이 갈등에 굶주렸다."

마르코폴로. 이현정 옮김. 32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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