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맞서 독립 투쟁 벌인 의병 문서, 110년만에 돌아왔다

국가유산청, 14일 고궁박물관서 공개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14일 오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최근 일본에서 돌아온 한말 의병 관련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일제에 맞서 항일 독립투쟁을 벌인 의병들의 문서가 110년만에 고국에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독립운동가들의 항일 투쟁 의지와 자주독립을 향한 열망을 보여주는 ‘한말 의병 관련 문서’와 ‘한일관계사료집(韓日關係史料集)’ 등을 최근 일본에서 환수했다며 14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한말 의병 관련 문서는 1851년부터 1909년까지 작성된 문서 13건이다. 1907년 조직된 연합 의병 부대인 13도 창의군에서 활동한 허위(1855~1908) 등이 쓴 글, 의병장 최익현(1833~1907)의 서신 등이 포함됐다. 13건의 문서를 두 개의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었는데, 각 두루마리 첫머리에 쓴 글을 볼 때 일제 헌병경찰이었던 아쿠다가와 나가하루(芥川長治)가 이 문서들을 수집한 뒤 1939년 지금의 형태로 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아쿠다가와는 각 두루마리에 ‘한말 일본을 배척한 우두머리의 편지’, ‘한말 일본을 배척한 폭도 장수의 격문(檄文)’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14일 오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최근 일본에서 돌아온 한말 의병 관련 문서, 한일관계사료집 등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연해주 일대에서 항일 의병 투쟁을 주도한 의병장 유인석(1842~1915)의 시문집을 만드는 현장을 급습한 뒤 ‘다수의 불온 문서를 압수’했다고 기록한 부분도 있다. 당시 의병 활동을 탄압하고 조직적으로 감시했던 일제의 민낯을 생생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7월 복권기금을 통해 이 문서를 일본에서 구입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에서 돌아온 한일관계사료집­ 제1권~제4권. /국가유산청

한일관계사료집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제연맹에 우리 민족의 독립을 요구하기 위해 편찬한 역사서로, 지난 5월 재미동포 개인 소장자가 조건 없이 국외재단에 기증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편찬 당시 총 100질이 제작됐으나 현재 완질로 전하는 것은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독립기념관 소장본과 미국 컬럼비아대 동아시아도서관 소장본뿐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각 권 첫머리에 3·1운동 민족대표 중 한 명인 김병조(1877~1948)의 인장(印章)이 찍혀 있다.

'조현묘각운' 시판. 독립운동가 송진우의 부친이자 담양학교 설립자인 송훈의 시를 나무판에 새긴 것이다. /국가유산청

‘조현묘각운(鳥峴墓閣韻)’ 시판은 독립운동가 송진우의 부친이자 담양학교 설립자인 송훈(1862~1926)의 시를 나무판에 새긴 것이다. 전남 담양군 광덕리 조현에 새 묘각 건립을 기념해 후손의 번창을 바라는 내용으로 지은 시다. 이 유물은 소장자이자 일본 도쿄에서 고미술 거래업체를 운영하는 김강원 대표가 지난 6월 기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