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구글 자율주행차에 HBM2E 단독 공급중”

강욱성 부사장 AI반도체포럼 강연
차량용 상용화, 별도 생산 유일
AI 서버 넘어 메모리 수요 급증

강욱성 SK하이닉스 부사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7회 인공지능반도체포럼 조찬강연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

SK하이닉스가 구글 자회사 웨이모의 자율주행 차량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단독으로 공급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의 전장화(전자장치)로 성능이 갈수록 고도화면서 HBM을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자동차 시장에서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욱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14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7회 인공지능반도체포럼 조찬강연회’에서 “많은 분들이 모르는데 웨이모 자율주행 차량에 SK하이닉스의 HBM2E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사인 웨이모는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로보택시를 시험 운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가 웨이모의 자율주행차에 HBM 공급 사실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것으로,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데이터 양이 폭증하면서 HBM의 인기가 급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5세대인 HBM3E를 개발해 양산 중이다. 웨이모에 공급하는 제품은 이보다 앞서 개발된 3세대 HBM2E다.

강 부사장은 “HBM2E를 차량용으로 별도 생산했다. 차량용 HBM을 상용화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HBM은 원래 고성능 컴퓨팅(HPC), 데이터센터향으로 개발됐지만 이제 차량에도 채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HBM은 주로 AI 서버용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차량에서도 점차 탑재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차량에 들어가는 HBM이 발열문제나 품질 면에서 고객사의 요구 조건을 만족하는지 묻는 질문에 강 부사장은 “이미 데이터센터용 HBM도 온도나 신뢰성 면에서 요구 수준이 높다”며 “차량용 HBM도 그 점을 감안해 설계했다. 다른 차량용 메모리보다 복잡하지만 디자인이나 신뢰성 측면에선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최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을 비롯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콕핏(운전석에서 주행정보·차량상태·엔터테인먼트 정보까지 한 눈에 파악할 차량 내 멀티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되면서 반도체 업계 역시 차량용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의 전장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고성능·고용량 반도체 수요가 그만큼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차량용 메모리 시장의 주력 제품은 HBM보다 저렴한 저전력 D램 LPDDR이다. 강 부사장은 “HBM은 이제 막 도입하기 시작했고 아직 주류는 아니다. 주류가 되려면 자율주행이 일반화돼야 한다”면서 “LPDDR이 차량용으로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 현재 LPDDR4가 메인이다. 장기적으로는 HBM이 주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테슬라 같은 메이저 회사들이 HBM을 도입하면 그 트렌드가 빨라지겠지만 아직 HBM을 메인으로 쓰는 업체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LPDDR5 수준으로 향후 5년은 문제 없다고 보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차량용 스토리지에서도 궁극적으로 SSD가 중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 부사장은 “현재는 UFS(유니버셜 플래시 스토리지)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데 이미 하이엔드 차량부터 3~4년 전에 UFS를 도입했다”며 “SSD는 대부분 기업들이 연구단계에 있으며 극히 일부 업체만 1~2년 전쯤 상용화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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