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에게 스마트폰 쥐어줬더니…걱정스러운 '악순환' 나왔다 [스프]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2024. 8. 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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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프링] 유아기 태블릿 사용, 감정 조절 장애 위험 높인다

유아들의 태블릿 사용이 증가하면 분노·좌절 표현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태블릿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분노·좌절 표현이 증가하고, 분노·좌절 표현이 증가하면 다시 태블릿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연구팀은 유아들의 태블릿 사용이 감정 조절 장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캐나다 퀘벡주 셔브룩 대학 캐럴라인 피츠패트릭 박사 팀이 의학저널 JAMA 소아과학(JAMA Pediatrics)을 통해 밝힌 내용입니다. 연구팀은 미취학 어린이 부모 315명을 대상으로 3년간 태블릿 사용과 분노·좌절 표현의 연관성을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취학 어린이의 태블릿 사용은 계속 증가하고 모바일 기기 사용은 어린이 정서 조절 장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태블릿 사용과 자기 조절 능력 발달 간 연관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연구는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에 사는 3.5세~5.5세 미취학 남자 어린이 171명과 여자 어린이 144명의 부모 315명이 조사 대상이었습니다. 연구 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자녀의 태블릿 사용 시간과 분노.좌절 표현을 반복적으로 조사해 분석했습니다.

조사 대상 어린이들의 태블릿 사용 시간은 3.5세 때 주당 평균 6.5시간, 4.5세 때 6.7시간, 5.5세 때 7.0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태블릿 사용 시간과 분노·좌절 표현 간 관계를 분석했더니, 3.5세 때 태블릿 사용 시간이 하루 1.15시간 많은 어린이는 4.5세 때 분노·좌절 표현이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4.5세 때 분노· 좌절 표현이 많은 어린이는 5.5세 때 태블릿 사용 시간이 하루 0.28시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연구진은 어린이의 태블릿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분노·좌절 표현이 증가하고, 분노·좌절 표현이 증가하면 다시 태블릿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분노와 좌절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은 학교 교육과 미래 건강에 중요한 만큼, 부모들이 유아기의 태블릿 사용이 자녀의 분노·좌절감 관리 능력을 방해하고 분노 폭발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어린이들의 성장과 지능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많이 나왔습니다. 2022년 발표된 한 연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 시간이 아동 초기 발달 문제와 연관이 있다는 내용을 다뤘는데요, 태국 왈라일락 대학교 연구팀이 미국 덴버 지역에서 4-5세 아동 85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을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스마트폰·태블릿 사용 시간과 대근육 운동, 언어, 미세 운동, 개인·사회성 등 아동 발달 요소의 연관성을 분석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아동 32% 정도가 미세 운동 능력이 미숙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98.17분으로 정상 아동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75.23분)보다 30% 정도 길었습니다. 앉고 걷고 뛰는 능력인 대근육 운동 미숙 아동은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143.58분으로 정상 아동보다 77%나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성이나 언어 능력 발달 미숙 아동들도 모두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정상 아동보다 길었습니다. 즉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용 기간이 길수록 아동 성장 발달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는 아이 달래려고 스마트폰을 주는 행위가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 연구팀이 3~5세 아동과 부모 422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아동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과 부모의 관리 태도를 조사해 2022년 발표한 연구 결과입니다. 조사 대상 부모의 8.5%가 떼쓰고 화내는 아동을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때 스마트폰을 받아 사용한 아동은 순간적으로 정서적 고통이 완화됐지만, 이게 반복되고 습관이 되면 고통 완화 효과가 줄어들고, 아동 뇌의 ‘집행 기능’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행 기능’은 뇌가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고 제어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미시간대 연구팀은 ‘모바일 기기가 순간적으로는 아동의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가 있지만, 계속되면 감정 조절 능력이 악화될 수 있고, 특히 단기 집중력이 강한 남자 어린이에게 악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국내의 수많은 연구들도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 어린이들의 성장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3.1%입니다. 대상별 과의존 위험군 비율을 보면, 유아동(만 3세-9세)의 25%, 청소년(만 10세-19세)의 40.1%가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나, 전체 과의존 위험군 비율보다 높았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린이 4명 중 1명, 청소년 10명 중 4명 꼴로 과의존 위험군이라는 겁니다.

한 걸음 더


스마트폰 ‘과의존’은 다음 세 가지 요소로 정의합니다. 조절 실패 (self-control failure); 이용자의 주관적 목표 대비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자율적 조절능력이 떨어지는 것, 현저성 (salience); 개인의 삶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생활패턴이 다른 형태보다 두드러지고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는 것, 문제적 결과 (serious consequences); 스마트폰 이용으로 인해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난다’고 할 정도로, 아주 어릴 때부터 모바일 기기와 접촉하게 되죠. 성인의 스마트폰 과의존도 문제이지만, 아직 성장 중인 어린이들에게 모바일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큰 만큼,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sh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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