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2조 벌었다…'SK이노-E&S 합병' 시너지, 실적으로 증명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의 시너지가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양사의 상반기 영업이익 총합만 봐도 1조2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들 은 합병에 연달아 찬성 의견을 내놓는 중이다.
SK E&S는 14일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 649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5258억원) 대비 23.6% 늘어난 수치다.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클럽 달성이 유력시된다. SK E&S는 2022년 1조7111억원, 2023년 1조3317억원의 영업이익을 보여왔다.
그룹의 대표적 캐시카우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실적 수준이다. LNG(액화천연가스) 통합 밸류체인이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해외 가스전 LNG 직도입을 바탕으로 각종 발전소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SK E&S다. 국내 1위 민간 LNG, 도시가스, 재생에너지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빌리티·발전용 시장 수요와 연계해 액화수소와 블루수소 사업 역시 추진하고 있다.
SK E&S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에도 지속적으로 연간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며 "LNG 밸류체인의 통합 운영과 강도 높은 최적화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SK E&S는 최근 SK이노베이션과 합병을 결정했다.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이 통과되면 자산 총합 100조원 규모의 에너지 공룡 기업이 출범하게 된다. 미래 에너지 사업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한 결과다.
시너지는 실적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789억원이었다. SK E&S의 영업이익과 단순 더할 경우 1조2288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배터리·소재 사업을, SK E&S는 LNG·발전·그린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도 커진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분기 석유사업의 정제마진 약세, 배터리사업 가동률 하락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LNG 등 또 다른 영역의 사업을 보유한 SK E&S와 함께라면 실적을 방어하며 흑자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통합 법인이 '체력' 측면에서 이전 대비 월등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셈이다. 이같이 '실탄' 확보가 수월해지면, 배터리나 수소와 같은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S&P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BB+ Stable)에서 'BB+ 긍정적 관찰대상(Credit Watch Positive)'으로 상향하면서 "현금흐름 변동성이 줄어들고, 안정적인 잉여 현금흐름이 더해져 투자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화학적 결합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약 2조2000억원 수준의 합병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구체적으로 △탐사·개발, 트레이딩 역량·인프라 결합(1000억원) △SK이노베이션의 LNG 수요와 SK E&S의 구매 경쟁력 결합(4000억원) △SK E&S의 전력 솔루션과 분산 발전 기술, SK이노베이션의 액침냉각과 배터리 결합 등(1조7000억원)이 거론된다.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은 임시주총에서도 긍정 작용을 할 게 유력하다. 세계 최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 재무구조를 강화하는 한편 현재와 미래 에너지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평가를 바탕으로 양사 합병에 찬성 의견을 냈다. 두 곳은 '1대 1.19' 수준으로 정해진 합병비율에 대해서도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고 밝혔다.
임시주총 이후 SK이노베이션은 통합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시너지 태스크포스(TF) 역시 구성을 마무리해 화학적 결합에 속도를 낸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지난 7일 주요 증권사 대상 IR(기업설명회)를 통해 "합병법인은 미래 전기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토탈 에너지 & 솔루션 컴퍼니'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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