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 선정 40%가 강남 가정…강남 엄마 "영어에 도움"

가사관리사 이용 10가구 중 4가구, 강남권 4구
서울시, 157개 가정 선정…서초·강남·송파·강동 38%
경쟁률은 5대 1…맞벌이 다자녀 가정 62%·주 5회 이상 80%
계약서 작성 때 맞춤형으로 희망서비스 업무 사전 협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연합뉴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다음달 초부터 운영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서비스를 이용할 서울 시내 157개 가정이 선정됐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가구 중 강남 거주자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자, 주로 고소득층만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게댜가 '강남 엄마'들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돌봄·가사 서비스보다는 어린 자녀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될지를 저울질하고 있어 '저출산 극복'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서울시는 7월 17일부터 8월 6일까지 3주간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이용가정 모집에 총 751건의 신청이 접수됐고, 이중 157가정을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선정된 10가정 중 6가정은 맞벌이 다자녀 가정이었다. 또 10가정 중 4가정은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이었다.

타 시도 신청 2건, 중복신청 18건을 제외하고 731개 가정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돼 약 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용가정은 한부모, 맞벌이, 다자녀, 임신부를 우선하되, 자녀연령(7세 이하), 이용기간(6개월), 가사관리사 근로시간(40시간), 지역적 배분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서비스 제공기관이 협의해 선정했다. 선정 결과는 이날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선정가정에 알림톡으로 발송한다.

이후 이용계약서 작성, 요금납부 여부 등을 확인해 최종 확정 시 9월 3일부터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가 시작된다.

선정 결과, 유형별로는 맞벌이 다자녀 가정이 97가정(61.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자녀 39가정(24.8%), 임신부 14가정(8.9%), 한부모 7가정(4.5%) 순이었다.

가정별로는 2자녀 이상 다자녀가 104가정(66.3%), 1자녀 50가정(31.8%), 자녀가 없는 임산부 3가정(1.9%)이었다. 자녀의 연령대는 7세 이하가 145가정(92.4%)이다.

지역별로는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이 59가정(37.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심권(종로·중구·용산·성동·광진·서대문·동대문) 50가정(31.8%), 서북권(은평·마포·양천·강서) 21가정(13.4%), 서남권(구로·영등포·동작·관악) 19가정(12.1%), 동북권(중랑·성북·노원·강북) 8가정(5.1%) 순이다.

시범사업을 신청한 가정 가운데 318곳(43%)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있는 가정이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강남 3구에서 더 적극적으로 가사관리사를 원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무엇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비용이 예상보다 높다는 데서 기인한 결과로 보인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는 시간당 최저임금(올해 9860원)이 적용된다.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월 238만원이다. 30대 가구 중위소득(509만원)의 절반에 가깝다.

사실상 소득 절반을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떼 줘야 한다. 중·저소득층 가구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정착된 홍콩에선 주 5일 8시간을 고용할 경우 월 최소 77만원, 싱가포르는 40만~60만원만 지급하면 된다.

이런 가운데 '강남 엄마'들은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영어 능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린 자녀의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강남권 부모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 맘카페에선 "필리핀 도우미가 정말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까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 작성자는 "필리핀 사람들은 영어를 잘해서 도우미로 쓰면 영어유치원 보내는 것이랑 비슷하다"고 적었다.

이어 "필리핀 출신 도우미가 영어에 도움이 되면 쓰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필리핀에서 대학 나온 사람들로 선발했다는데 이들한테 영어를 잘 배우면 비싸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정부는 저출생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과도한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혀왔다.

다만, 비용에서 큰 메리트가 없다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월급을 최저임금 이하로 책정할 수 있게 해달라라고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요청 중이다. 돌봄과 간병 자격증을 가진 이들을 전문인력으로 인정해 가구 내 고용이 이뤄지도록 해달란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 온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정부가 선발한 뒤 인력파견 업체에 고용돼 E-9으로 체류 허가를 받았다. 법무부는 아직 이런 시의 요청에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