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신인 오유진의 파격 변신…"다른 연기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강선애 2024. 8. 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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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가 가장 피해야 할 것이 이미지 고착이다. 작품 속에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게 배우의 소임인데, 이미지가 고착화 돼버리면 아무래도 배우로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특히 아직 확실한 인지도를 쌓지 못한 신인 배우가 한 이미지로 굳어버리면, 다양한 작품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웹드라마 '뉴연애플레이리스트', '청춘블라썸', 드라마 '여신강림',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등을 통해 교복 입은 고등학생이나 20대 초반의 귀여운 여성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온 신인 배우 오유진이 그동안의 이미지와 180도 다른 파격적인 캐릭터에 도전했다.

오유진은 최근 공개된 LGU+/ STUDIO X+U의 공포 미스터리 옴니버스 드라마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극본 경민선, 연출 최병길, 이하 '타로')에서 여섯 번째 '피싱' 편 주인공 썬자 역으로 활약했다. 극 중 썬자는 남자들을 낚시해 골탕 먹이는 위험한 인터넷 방송을 서슴없이 하는 BJ다. 누구에게든 건방진 성격으로 욕을 쏟아내고, 야한 옷을 입고 자극적인 인터넷 방송을 진행한다. 아직 신인이라 많은 작품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오유진에게 썬자는 그 자체로 강렬한 '이미지 변신'이다.

"그동안 교복 입은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 왔어요.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다', '오유진이란 배우가 다른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진짜 딱 이번 작품을 하게 된 거예요. 다행히 썬자 연기를 주변에서 좋게 봐줘서, 성공적인 변신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오유진을 실제로 아는 주변 사람도, 오윤진은 몰라도 도민주('뉴플리')나 홍나래('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캐릭터를 아는 시청자도, 썬자는 놀라울 수밖에 없다. 그녀에게서 썬자 같은 개념 없고 상스러운 캐릭터를 연결 짓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유진도 주변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분들이나, 주변 지인분들이 '피싱' 편을 보고 많이 연락 주셨어요. '썬자가 네가 맞냐', '정말 충격적이다' 이런 반응들이라 재밌었어요.(웃음) 다들 처음엔 제가 아닌 거 같아서 집중을 못했는데, 보다 보니 자연스러워진다고, '멋있다'며 좋은 말들을 해줬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봐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타로'는 전 세계 36개국에 판매됐고, 작품 공개 전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단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국내 유일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일곱 개의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엮은 '타로'는 조여정, 고규필, 박하선, 이주빈 등 베테랑 배우들부터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덱스까지, 캐스팅 면면이 화려했다. 그 가운데 오유진은 한 에피소드의 주인공 자리를 당당히 맡은 신인 배우로 오히려 눈에 띄었다.

"대본을 먼저 읽어보고 감독님이랑 미팅을 했는데, 바로 캐스팅이 확정 났어요. 저도 의아했죠. 감독님께서 대본을 봤을 때 그려지는 대중적인 이미지의 썬자가 아닌, 다른 이미지로 약간 반전을 줄 수 있는 배우를 원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주연으로 캐스팅 됐으니 기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보다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원래 다른 작품들은 출연이 결정되면 '빨리 이 캐릭터를 잘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설렘이 커요. 근데 썬자는, 딱 출연이 확정됐다고 했을 때 두려움이 컸어요. 분량이 짧은 작품이지만 첫 주연이기도 하고, 여태까지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 과연 제가 이걸 어색하지 않게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더라고요."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선, 확실한 준비가 필요했다. 오유진은 지금껏 연기했던 캐릭터들보다 더 높게 톤을 올리고 다양한 목소리로 연기하며 썬자에 맞는 목소리를 찾아갔다. 색다른 경험도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19금 인터넷 방송들을 찾아보며 참고했고, 욕을 많이 하는 썬자의 캐릭터 특성상 드라마나 영화를 찾아보며 욕까지 연습했다.

"욕이 입에 잘 안 붙었죠. 그래도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서, 엄청 영상을 보고 집에서도 막 연습했어요. 부모님과 같이 사는데, 연기 연습할 때 엄마가 가끔 대사를 맞춰주곤 하세요. 썬자도 맞춰 주셨는데, 그런 욕설 연기를 할 때마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많이 웃으시곤 했어요.(웃음) 대본 리딩을 하며 감독님과 작가님이 준비를 너무 잘해왔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거기서 90%의 확신을 갖게 됐던 거 같아요. 오유진만의 썬자, 제가 만드는 방향이 맞고 그대로 직진하면 되겠다고요.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감독님이 많이 칭찬해 주셨어요."

오유진은 첫 주연작 '타로'를 통해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했다. '피싱'이 30분 정도 되는 짧은 분량이지만 기승전결이 갖춰진 하나의 에피소드이기에, 배우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할 때 어떤 것에 신경 써야 할지 훈련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기승전결을 다 만들어야 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 호흡을 나누는 법을 확실하게 알게 된 거 같아요. 초반엔 어떤 호흡과 어떤 텐션을 쓰는지, 갈수록 고조를 시키며 어느 정도 올려야 마지막에 터뜨릴 수 있는지, 그걸 알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다음에 16부까지 끌고 가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지금 이 '타로'를 했던 경험이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썬자와 실제 오유진은 아주 다른 성격이다. 오유진은 "썬자와는 높은 텐션 정도만 비슷한 거 같다"며 싱크로율을 '10%'라고 설명했다. MBTI가 'ENFP'라는 오유진은 20대 중반의 나이에 딱 어울리는, 밝고 유쾌한 매력의 소유자다. 지금까지 연기한 작품들 중 실제 자신과 가장 결이 비슷한 캐릭터로는 '뉴플리'의 도민주를 꼽았다.

햇살처럼 밝은 매력의 오유진이 연기를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오유진은 세상에 1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오빠와 함께 학창 시절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다. 어릴 때부터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재밌는 연기를 보면 혼자 따라 하곤 했지만, 연기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까진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고2 때 교통사고로 발에 부상을 입어 스케이트를 그만둬야 했다. 다시 자신의 꿈을 되짚어 보게 된 그때, 부모님은 딸에게 하고 싶은 게 뭔지 물었다.

"그때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제가 울면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부모님께서 '네가 하고 싶다고 해도 막상 하면 안 맞을 수도 있으니, 연기학원에 일단 한 달만 다녀보라'고 하셨죠. 그래서 피겨 표정 연습을 위해 오빠가 다니던 연기학원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때가 고2, 5월이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인 오유진의 연기 인생이 시작됐다. 연기학원 첫 수업 때 오유진의 독백 연기를 보고 선생님이 "연기를 처음 하는 게 아닌 거 같다"며 칭찬했던 일화만 보더라도, 그녀에게 타고난 연기재능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오유진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고 말한다. 재능 있는 사람이 즐기기까지 하니, 오유진에게 연기는 천직이다.

"연기는 처음 시작할 때보다 지금이 더 재밌어요. 제가 세상에 없는 캐릭터를 만드는 거잖아요.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도 재밌고,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내가 이런 캐릭터, 이런 사람을 잘 만들어서 잘 보내줬구나' 하는 성취감이 있어요. 현장에서 연기하는 제 모습이 너무 좋아요."

스무 살 성인이 된 후 오유진은 혼자 캐리어를 끌고 전국을 다니며 연기를 할 수 있는 현장을 찾았다. 오디션을 보고, 촬영하고, 또 오디션을 보고, 촬영하고. 노는 것에 열정적인 보통의 20대 초반 또래들과 달리, 오유진은 연기 현장에서 느끼는 재미가 훨씬 컸다. 그렇게 현장에서 지내다 보니, 단역에서 조연으로, 다시 주연으로, 역할과 분량이 조금씩 커졌다. 그 시간이 어느덧 6년이나 흘렀지만, 오유진은 이렇게 차근차근 배우로서 경험을 쌓아가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진짜 그렇게 캐리어 끌고 전국을 혼자 다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그 기간 동안 정말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더라고요. 나름 단단히 계단을 밟아가고 있구나, 생각해요. 제가 좀 기특하기도 하고요. 앞으로 더 많이, 더 큰 목표를 향해 올라가야겠지만 '지금까지 잘 올라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유진이 연기에 계속 재미를 느끼며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배우로서 경험을 쌓아가는 힘의 원동력은 '가족'이다. 열린 마음으로 딸의 꿈을 지지해 주는 부모님 덕에 더 기운을 낼 수 있다.

"지난 6년 동안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믿음 때문이에요. 제가 대학 입시에 실패한 후, 연기 현장에 나가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의견을 부모님이 받아들여 주셨거든요. 무조건 대학에 가라고 강요하지 않고 '그래 네가 현장에 가고 싶으면 가봐' 하며 믿고 응원해 주셨어요. 지금도, 제가 공백기가 길어도 '넌 언제 작품에 들어가니' 이런 말씀을 한마디도 안 하세요. 그런 부모님의 믿음에, 더 힘내서 나아가는 거 같아요."

오유진과 함께 피겨를 하고 연기학원을 다녔던 1분 쌍둥이 오빠는 현재 연기의 꿈을 접고 새로운 진로를 찾고 있다. 남보다도 못한 관계가 '현실남매'라고 하는데, 오유진은 쌍둥이 오빠와 굉장히 돈독하다. 그래서 오빠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컸다.

"오빠가 어릴 때부터 오빠 노릇을 잘해줬어요. 유치원 때부터 손잡고 등하교하고, 초등학교 때는 오빠가 생선 가시도 발라줬어요. 지금도 저를 잘 챙겨줘요. 1분 오빠인데, 제가 느끼기엔 2~3살 오빠 같아요. 오빠랑 싸웠던 기억도 거의 없어요. 오빠가 제 작품 나오면, 항상 '축하한다', '잘 봤다' 말해주곤 해요. 지금도 하루에 한 번은 연락하고요. 최근에 오빠가 연기를 접고 새로운 진로를 찾고 있어요. '나중에 우리 둘이 같은 작품에 나오면 좋겠다' 했었는데, 이제 그건 못 이루게 돼서 아쉽죠."

가족의 든든한 응원 속에, 오유진은 꿈을 향해 씩씩하게 나아가고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연기를 위해 노력하고, 연기가 갈수록 더 재밌다는 오유진이니, 그녀의 꿈은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다. 오유진에게 그 '꿈'에 대해 물었다.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칸 영화제에 초청받는 게 제 꿈이었어요. 사실 '타로'가 칸 국제시리즈에 초대가 됐으니, 절반 정도는 올라오지 않았나 싶어요. 다음에는 확실하게, 칸 레드카펫까지 밟아보고 싶어요."

[사진제공=WNY]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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