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6개월 만에 네 번째 CEO 맞이하는 스타벅스, 교체 소식에 주가 25%↑
CEO 교체 소식에 주가 24.5% 증가
1992년 상장 이후 일일 최대 상승폭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 체인 스타벅스가 최고경영자(CEO)를 13일(현지 시각) 새로 선임했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의 브라이언 니콜 CEO가 주인공이다. 니콜은 9월 9일부터 CEO 겸 이사회 회장을 맡는다. 랙스먼 내러시먼 현 CEO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지 16개월 만이다. 이로써 스타벅스는 4년 6개월 만에 네 번째 CEO를 맞이하게 됐다.
스타벅스 CEO 교체 소식에, 뉴욕증시에서 스타벅스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4.5% 폭등했다. 스타벅스가 1992년 상장한 이후 일일 최대 상승 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모든 CEO의 악몽은 수익성 좋은 직장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교체 발표 후 회사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보는 것”이라며 “스타벅스 주가는 CEO 교체 소식에 상승했고, 시가총액이 214억 달러(약 29조2100억 원)가 늘었다. 스타벅스의 새로운 CEO가 200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스타벅스 주가는 CEO가 누구인지에 따라 과거에도 급등락했다. 짐 도널드 전 CEO가 2008년 1월 창업주 하워드 슐츠로 교체됐을 때, 주가는 8% 상승. 슐츠가 2022년 케빈 존슨을 대신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을 때도 13% 올랐다.
이날 주가가 상승하면서 내러시먼 CEO가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데 적합하지 않았는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러시먼은 컨설팅 회사 맥킨지, 펩시코 글로벌 최고상업책임자 출신으로 슐츠 밑에서 일한지 불과 16개월 만에 CEO가 됐다. 하지만 내러시먼이 2023년 3월부터 스타벅스 CEO를 맡은 이후 주가는 지금까지 약 22%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스타벅스가 발표한 2024회계연도 3분기 매출액은 91억1390만 달러(약 12조3912억 원)로 전년동기 대비 0.6% 줄었다. 영업이익도 1.8% 줄어든 2억8750만달러(약 3908억8500만 원)에 그쳤다. 동일 매장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출은 2%, 영업이익은 7.5%나 줄었다.
내러시먼이 CEO로 취임 당시 미국 커피 시장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스타벅스 노동자는 노조 만들기를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내러시먼이 내놓은 해결책은 드라이브스루와 모바일 주문 강화였다. WSJ는 “스타벅스는 친구를 만나고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장소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하게 됐다”며 “고객들은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기계로 만든 포장 음료에 왜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 치열한 커피 경쟁·창업자 슐츠 벽 넘어야
니콜은 치폴레 멕시칸 그릴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니콜이 2018년 치폴레 멕시칸 그릴 CEO로 취임한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700% 이상 상승했다. 매출은 두 배로 늘었고, 임금도 상승했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에 합류하기 전에는 타코벨, 피자헛에서 일했다.
스타벅스는 약 2개월 전부터 CEO 교체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부터 스타벅스 회장을 맡고 있는 멜로디 홉슨은 WSJ에 “니콜을 새로운 CEO로 결정한 것은 스타벅스 이사회의 결정”이라며 “슐츠가 약 일주일 전에 CEO 선임 논의에 참여했다”고 했다. 이어 “니콜이 현재 치폴레 멕시칸 그릴에서 CEO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기에 영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스타벅스에서도 두 가지 직함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니콜이 CEO와 이사회 회장을 맡으면 홉슨은 수석 독립 이사로 직책을 변경한다.
최근 몇 달 동안 스타벅스의 많은 지분을 매수했다고 밝힌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엘리엇 인베스트먼트의 관리 파트너이자 파트너인 제시 콘과 마크 스타인버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니콜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실행과 구현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니콜의 임명을 환영하며, 스타벅스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사회와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니콜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경쟁이 치열해진 커피 시장에서 과거의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 특히 중국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다. 스타벅스는 1999년까지만 해도 중국 최초의 커피 체인점이었고, 3년 동안 9시간마다 새로운 매장을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현지 커피 체인점의 신규 매장 개업 속도는 스타벅스를 능가한다. 여기다 밀크티 업체도 스타벅스에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중국 내 밀크티 브랜드 차백도(茶百·ChaPanda)라는 밀크티 체인은 스타벅스보다 더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WSJ는 “중국에서의 비이성적 경쟁은 스타벅스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포기하고 중국에서 할인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디지털 전략, 비교적 부유한 고객을 상대하는 치폴레 멕시칸 그릴에서 온 니콜이 미국과 여타 선진국 시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니콜은 슐츠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슐츠는 1986년부터 2000년, 2008년부터 2017년, 2022년부터 2023년까지 CEO를 세 차례 역임하면서 스타벅스만의 문화를 정립했다. 슐츠는 2023년 4월 이후 명예 회장직만 맡고 공식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슐츠는 최대 독립 주주이자 이사회 관찰자 권한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스타벅스 경영에 관여한다. 블룸버그는 “슐츠는 종종 전체 임원에게 이메일로 조언한다”며 “최근 몇 달 동안 슐츠는 주가, 메뉴, 마케팅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슐츠는 성명을 통해 “니콜은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브랜드를 젊어지게 하며 운영과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주주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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