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리스크'에 진땀 빼는 우리은행…구멍난 내부통제

정소양 2024. 8. 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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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현장검사서 적발…4년간 총 42건·616억 대출 취급
'내부통제' 강조해 온 임종룡 회장 '불똥'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최근 4년간 616억원 상당을 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 등 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의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또다시 드러났다. 우리은행이 4년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대상 600억원 이상의 대출을 내준 가운데 350억원 상당은 부정하게 취급된 대출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현직 CEO(최고경영자)가 자리한 후에도 문제성 대출이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들의 책임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총 616억원 규모의 42건 대출을 실행했다. 이중 28건(350억원)은 대출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이뤄졌다. 지난달 19일 기준 전체 대출 건 중 19건(269억원 상당)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손태승 전 회장이 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손 전 회장이 지주 및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건은 5건(4억5000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해당 대출들은 손태승 전 회장의 재임 시기와 맞물린다. 손 전 회장은 우리금융 초대 회장으로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임기를 지낸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비롯한 현직 CEO들의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다.

이번 대출은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이 취임한 후 이뤄진 건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 대출 대부분이 실행된 후인 지난해 3월과 7월에 각각 취임했으나, 공식 임기가 시작된 후 올해 초까지 관련 대출이 추가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우리은행 측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올해 1월까지 취급된 여신의 경우 기존 거래업체에 대한 추가여신이거나 담보부 여신 등이라고 밝혔다. 부적정대출은 현직 CEO들의 취임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직접적 책임과는 거리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은 제도개선으로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그럼에도 취임 후 '내부통제 강화'에 힘써온 임종룡 회장 입장에서는 연이은 금융사고 발생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그는 취임 당시 "신뢰는 금융업이 성립하는 이유이자 본질"이라고 강조했으며, 지난해 7월 '내부통제 100%'를 내세운 혁신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임종룡 회장은 지난달 초에도 계열사 직원들에게 사내 메시지를 통해 윤리의식을 강조하며 고객 신뢰가 흔들리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당부한 바 있다.

임종룡 회장도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를 숙였다.

임 회장은 지난 12일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며, 이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바른 기업문화 조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올바른 기업문화의 조성이 시스템 보완 및 제도개선보다 더욱 중요하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직원을 조직이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은행 측도 제도개선으로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유사한 사례 방지를 위해 부당여신에 대한 인터넷, 모바일 등을 이용한 다양한 내부자신고 채널 확대, 반복적 여신심사 소홀 영업점장에 대한 여신 전결권 제한 및 후선배치, 여신 사후관리 등의 조치를 실효성 있게 강화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직위에 상관없이 임직원들이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 내부제보를 할 수 있도록 업무처리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외에, 금감원 검사결과를 적극 반영하여 리스크를 공유하고 있는 차주에 대한 여신심사 절차 강화, 여신 감리 강화 등 추가적인 제도개선을 조속히 완료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 취급여신의 회수 및 축소, 여신 사후관리 강화 등을 통한 부실규모 감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직원 윤리교육 강화 등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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