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의 사談진談/송은석]김정은의 고무보트와 마이바흐
11일(현지 시간) 파리 올림픽 폐회식에 갑자기 등장한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 그는 경기장 꼭대기에서 와이어를 타고 뛰어내리며 등장했다. 오륜기를 이어받은 크루즈는 오토바이 질주부터 스카이다이빙까지 역동적인 스턴트 액션을 영상으로 선보이며 다음 올림픽 개최지인 로스앤젤레스(LA)를 소개했다. 크루즈는 대부분의 영화 속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연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세계 최고층 높이의 빌딩 부르즈 칼리파를 직접 오르는가 하면 시속 400km 속도로 나는 비행기 문짝에 매달리기도 한다. 직접 스턴트 연기를 하는 게 관객과의 감정적 연결을 강화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재해 지역 방문은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국가 수장이 피해 지역을 방문하면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실질적 지원도 따라온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너무 늦으면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찾는 것도 부담이다. 관계자들이 의전을 수행하느라 구조 복구 작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김 위원장의 위험을 무릅쓴 수해 지역 보트 장면은 국내외 외신들이 북한의 수해를 전 세계에 알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10일 북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김 위원장이 의주군 수재민들을 만난 장면은 늘 완벽한 사진, 영상만 공개하던 이전 북한의 보도와 달리 허점이 많았다.
첫 번째로 장소다. 수재민 수용 시설은 그늘 한 점 없는 운동장에 천막을 친 구조였다. 김 위원장은 텐트 안에 들어가 수재민들에게 직접 가져온 생필품과 구호물품을 나눠줬다. 이때 김 위원장을 보좌하던 간부의 이마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모습이 사진에 포착됐다. 텐트 안에는 20여 명의 수재민이 앉아 있었는데 더위를 식혀 주는 건 단 한 대의 선풍기였다. 그 선풍기 바람마저 ‘애민 지도자’ 김 위원장에게만 향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통제가 어렵다.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등장에 환호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겁에 질린 듯 표정이 굳어 있었다. 아빠 품에 안겨 강제로 나온 아기는 울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경호원에게 밀려 뒤로 넘어지는 아이도 사진으로 보도됐다.
이번 김 위원장의 수해 대응 모습은 우리나라 대통령 의전 담당 부서가 타산지석과 동시에 반면교사 삼아야 할 좋은 사례다. 일단 어설프게 준비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 그리고 비록 연출이라도 지도자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소통’이 아니라 ‘쇼통’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감이다. 지도자가 현장 속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아픔과 책임을 나누는 태도다. 최근 우리 사회 속 재난 상황에서 그런 장면들이 있었나 생각해 보게 된다.
송은석 사진부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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