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로물루스’ 프랜차이즈 맛집의 귀환
40년 넘게 명성을 지켜온 SF공포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가 신작으로 돌아왔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했던가. 벌써 시리즈의 7번째 영화인 만큼, 팬들이 기대했던 기본 재료는 모두 들어가 있다. 관객들이 예상하는 익숙한 맛, 그만큼은 충실히 채운다는 얘기다.
시리즈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영화를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다. 외출 5분 만에 땀을 뻘뻘 흘리게 하는 무더운 날씨에 더위를 식히기에 딱인 팝콘 무비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SF공포 장르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첫선을 보인 ‘에이리언’은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서 외계 생명체를 조우한다는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도 압도적인 연출과 비주얼로 개봉과 동시에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오리지널 시리즈인 에이리언1~4편은 물론 프리퀄인 ‘프로메테우스’, ‘에이리언: 커버넌트’까지 큰 사랑을 받았다.
14일 개봉한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1~2편 사이의 시간대인 2142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웨이랜드 유타니가 개척한 식민지 행성에서 자란 청년들이 그 주인공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가족을 잃은 이들은 더 나은 삶을 개척하겠다며 버려진 우주 기지 ‘로물루스’에 들어갔다가 에이리언을 마주하고, 생존을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에이리언’ 시리즈를 관통하는 건 동의 없는 물리적·성적 폭력이다. 인간이 일방적으로 신체를 강탈당하고 번식의 도구로만 이용되는 데에서 공포가 기인한다. 이번 영화는 이를 다소 노골적인 방식으로 묘사한다. 기생 에이리언이 숙주의 가슴을 뚫고 나오는 장면 외에도, 실제 출산과 비슷한 방법으로 부화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다.
이 시리즈 첫 영화가 나오고 45년이 지나도록 여성의 재생산권과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 주체성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현재와도 긴밀하게 맞닿은 주제라고도 할 수 있다.
스토리의 주축이 되는 건 주인공 ‘레인’(케일리 스패니)과 합성인간 ‘앤디’다. 레인은 독립적이고 영리하며, 강한 캐릭터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오리지널 시리즈를 이끈 전사 ‘리플리’(시고니 위버)의 뒤를 잇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이 둘의 관계엔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관계 등에 대한 철학적 담론도 한 스푼 들어가 있다. 대중에게는 ‘트롤리 딜레마’로 익숙한 생명 가치판단에 대한 윤리적 질문도 함께 날아온다. 다만 앞선 시리즈에서 보여준 것 보다 담론의 농도는 옅다.
프랜차이즈 맛집의 장점은 맛의 평준화다. 문제는 단점도 같다는 데 있다. 기본에는 충실하지만 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맛보는’ 관객에게 달렸다. “익숙한 맛이네”라고 말할 수도, “역시 아는 맛이 맛있다”고 평할 수도 있다. 영화는 틈틈이 몸을 움찔할 만큼 깜짝 놀라게하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중반부까지 예상에서 벗어나는 일 없이 흘러간다. 스릴을 더하는 건 후반부 몰아치는 장면들이다. 페드 알바레즈 감독의 이전작인 ‘맨인더다크’를 본 관객들이라면 그 집요하고 끈질긴 공포를 또 한 번 느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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