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금메달 안기고도 인종차별… 伊 ‘올림픽 영웅’ 벽화 망가졌다
인종차별 설움을 딛고 이탈리아 여자배구팀을 2024 파리올림픽 우승으로 이끈 아프리카계 배구선수의 벽화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훼손됐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메사제로는 13일(현지시각) 로마에 있는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CONI) 본부 외벽의 파올라 에고누(25) 벽화가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그림은 에고누의 스파이크 장면을 담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의 검은색 피부 부분만을 분홍색 스프레이로 덧칠해 버렸다.
이 벽화는 지난 11일 이탈리아가 올림픽 여자배구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한 직후 그려졌다. 길거리 화가 라이카는 그림의 제목을 ‘이탈리아다움’으로 정하고 “인종차별, 증오, 외국인 혐오와 무시를 멈추라”고 했다. 에고누의 검은 피부색을 문제 삼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에고누는 이탈리아 태생이지만 나이지리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2015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으나 다른 피부색 때문에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압박과 비난에 시달려왔다. 2022년엔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패한 뒤 소셜미디어에 인종차별적 댓글이 쏟아지자, 대표팀 잠정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배구 강국인 이탈리아는 여러 국제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유독 올림픽에서만 힘을 쓰지 못했다. 메달은 고사하고 남녀 통틀어 준결승 무대조차 밟아본 적 없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간판 공격수 에고누를 필두로 결승에 올라 ‘디펜딩 챔피언’ 미국을 3대 0으로 완파했다.
에고누는 양 팀 최다인 22점을 터뜨려 역사적인 첫 금메달과 함께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이를 두고 현지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에고누가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통쾌한 스파이크를 날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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