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그대로' 등록 회계법인…첫 퇴출 언제쯤?

백지현 2024. 8. 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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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내부통제 강화 약속하며 40곳 등록
증선위 '품질관리 미흡' 개선권고 내렸지만
퇴출 사례 아직 없어..."강력조치 고민해야"

'자본시장 파수꾼' 역할을 해야하는 회계법인들의 비리가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상장사를 감사하는 등록 회계법인들이다.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 도입 5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내부관리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중소형 법인은 횡령·배임 사건에 휘말리는 등 내부통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관리·감독 강화 기조에 맞춰 등록 회계법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곳은 상장사의 회계 감사 자격을 박탈하는 강력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년 전 품질관리 강화 약속했지만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등록 회계법인은 현재 40곳이다. 지난 2020년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를 도입한 직후 20곳에서 현재 두 배가량 늘었다.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는 2018년 신(新)외감법이 만들어지면서 도입됐다. 금융위의 등록요건을 통과한 회계법인에만 상장사 외부감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금융위가 제시하는 등록 요건은 △40인 이상의 공인회계사 △회계법인 규모에 비례하는 품질관리 인력 확보 △통합품질관리체계 구축 △감사보고서 심리체계 구축 △성과평가 시 품질평가지표 활용 등이다. 

이를 통해 등록된 회계법인만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풀(Pool)'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역시 신외감법의 핵심 축 중 하나다. 6년동안 상장사가 회계법인을 직접 선임하고 이후 3년간 금융위가 지정한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도록 한 제도다.

당시 회계업계에서는 등록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특히 회계법인들이 맞추기 어려워한 조건은 '통합품질관리체계'였다. 인사, 자금관리, 내부통제 등 경영전반에서 하나의 체계로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중소형 회계법인의 경우 동일 법인으로 묶여있지만 소속 회계사들이 사실상 독자적으로 영업, 경영 등 활동을 하는 이른바 '독립채산제'로 운영해온 탓에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감독당국은 이를 수용해 유예기간을 줬다.관리소홀·횡령 등 수두룩

그러나 아직도 통합관리체계를 제대로 운영하는 회계법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총 40개 등록 회계법인 중 14개 회계법인에 대해 품질관리기준이 미흡하다며 개선권고를 내렸다. 금감원의 분석결과, 통합관리체계 미흡 문제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리더십 책임' 지적 비율이 20%로 해외(6%) 보다 3배 더 높았다.

빅4(삼일·삼정·안진·한영)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일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도 '통일된 점검기준 부재' '성과평가 관련 구체적 내규 부재' 등을 지적받았다.

중소형 회계법인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빅4의 지적건수는 총 11건으로 1사당 평균 5.5건이었던 한편, 나머지는 총 117건으로 평균 9.8건을 지적받았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보니 심각한 비리도 잇달아 적발됐다. 올초 금감원은 중소형 회계법인 12곳 점검 결과, 부모를 회계법인 직원으로 고용하거나 가족 명의 페이퍼컴퍼니로 회사돈을 빼돌린 사실을 조사해 검찰에 통보했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당시 상장사 감리인 지위를 얻기 위해 합병하며 크기를 키운 곳들이 많지만, 지금 4대 회계법인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상황이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여전히 '한 지붕 여러 가족'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보니 등록제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개선 없으면 등록 취소 가능

이처럼 회계법인이 개선 권고를 받은 후에도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증선위와 금융위 의결을 거쳐 등록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등록요건에 정량, 정성 요건이 있는데 하나만 지키지 않았다고 바로 퇴출시키진 않는다"며 "지정 제외 점수를 부과해 지정을 제한하고, 시정권고 절차를 밟은 다음에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등록을 취소하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 시행 이후 아직 등록 회계법인 자격을 박탈당한 곳은 없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서 기업 배정 점수가 깎이는 조치 등이 있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신외감법의 '회계투명성 제고'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등록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감독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등록 취소 등 강력한 조치도 고민해볼 때라고 입을 모은다. 

김범준 교수는 "2019년에 도입했고 20곳은 등록한지 5년이 다되어가는데, 적게는 2년의 시간이 흘렀다"며 "등록요건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구현한 법인들 위주로 운영하기 위해 요건을 맞추지 못한 회계법인을 억지로 끌고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 회계학과 교수는 "배정점수를 깎으면 수십억원의 매출 타격이 발생할 수 있어 지금 제재 수준도 낮진 않다"라면서도 "등록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생각한다면 상장사를 감사하기 위해서는 회계법인이 갖춰야할 최소한의 선이기 때문에 사후 관리, 감독을 엄격히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재환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감원이 적발한 최근 사례는 용인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주기적 지정제에 의해 배정을 받아 감사업무를 소화할 만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소형 회계법인들이 상장사 감사인으로 지정을 받으려면 품질관리 수준을 지금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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