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공판 '핵심' 황재복 대표, 진술 번복에 신빙성 의문

정재웅 2024. 8. 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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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복 SPC대표 진술 '오락가락'…신뢰도에 타격
허영인 회장 변호인 측 반박에 황 대표 '묵묵무답'
/그래픽=비즈워치

허영인 SPC 그룹 회장 재판의 핵심 인물인 황재복 SPC 대표가 잇따라 진술을 번복해 그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허 회장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의 노조 탈퇴를 지시·강요했다는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조승우)는 지난 13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의 7차 공판에 황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황 대표는 이 사건의 공동피고인지만 이날 공판에는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허 회장은 황 대표 등과 함께 지난 4월 구속 기소됐다. 허 회장과 황 대표는 2021년 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 570여 명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형태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 대표는 이번 재판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허 회장의 지시에 따라 노조 와해 작업을 진행했다고 진술해왔다. 황 대표는 노조 와해 작업을 진행한 장본인이자 핵심 증인인 만큼 그의 증언은 재판에 큰 영향을미친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잇따라 진술을 번복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황 대표는 수차례 검찰 조사에서 노조 파괴 행위가 자신의 단독 범행이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3월 구속된 이후부터는 허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아울러 노조 와해 작업의 시점, 인원 등에 대해서도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증언의 신뢰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허 회장의 변호인은 이번 공판에서 이런 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황 대표가 주장하는 허 회장의 노조 탈퇴 지시 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 그래픽=비즈워치

황 대표는 "지난 2021년 1월 말 허 회장에게 노조 와해 관련 지시를 받았으며 이후 2월 4일 경영회의가 있는 날 관련 임원들에게 허 회장 지시 내용을 전달해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허 회장 변호인 측은 황 전 대표가 구속 후 첫 검찰 조사 당시 노조 와해를 결심한 시점을 "2021년 2월 6일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의 한남동 패션5 앞 시위 당시 허 회장의 질책을 받고 난 후"라고 진술한 점을 지적했다.

또 황 대표는 관련 임원들에게 지시를 전달한 시점도 2월 11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2월 11일은 설 연휴였던 만큼 임원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또 황 대표가 허 회장의 지시를 전달한 회의에 참석했다고 언급한 임원들 중에는 해당 시점에 회사에 합류하지 않은 인물도 있었다.

허 회장 변호인은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날짜가 기억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일의 선후관계는 기억하기 마련이다. 결정적으로 (노조 와해를) 결심한 시점이 패션5 집회 후라고 수차례 진술했다"며 "당시 증언 영상을 보면 황 대표는 '1월 말일 수도 있겠다'는 검사의 말에 아무 답변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직접 1월 말이라고 진술한 건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황 대표는 지난 공판에서도 허 회장에게 노조원 탈퇴 현황을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주말을 포함해 매일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허 회장은 해당 기간 중 3월 22일부터 4월 22일까지 장기 미국 출장 중이었다.

또 황 대표는 검찰 조사 당시 2021년 1월 말부터 계속 시위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지난 6차 공판에서는 허 회장의 지시가 있다고 주장한 1월 말에는 시위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허 회장 변호인 측은 "해당 시기에 장기간 시위가 없었다고 했는데, 갑자기 잦은 시위에 화가 난 허 회장에게 노조 와해 지시를 받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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