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이집트·이란 등 각국 왕실 단골 [류서영의 명품이야기]
[류서영의 명품이야기] 반클리프 아펠 ②
할리우드 스타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왕자인 레니에 3세와 결혼식에 쓴 티아라는 티파니 제품이었고 약혼 예물인 귀걸이, 목걸이는 반클리프 아펠의 진주와 다이아몬드로 제작한 제품이었다(사진①). 목걸이는 세 줄의 진주를 두 개의 다이아몬드 클립으로 고정하는 디자인이었고 이는 그레이스 켈리의 우아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 인연으로 1956년부터 반클리프 아펠은 모나코의 공식 보석상으로 지정되는 영광을 갖게 되었다. 그레이스 켈리의 아들 알베르 2세는 “어머니가 진주로 만든 약혼 예물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겼고 그것은 어머니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함께한 징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 국가대표 수영 선수인 샬린 위트스톡은 2011년 7월 모나코의 국왕 알베르 2세와의 결혼식에서 반클리프 아펠의 티아라를 착용했다. 반클리프 아펠이 신부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티아라 ‘오세앙’은 반클리프 아펠의 전통과 디자인 철학, 정교한 세공기술이 총망라된 걸작이었다. 위트스톡이 수영 선수였던 점을 감안해 바다와 물에서 모티브를 따 디자인했고 다이아몬드와 블루 사파이어를 이용해 바닷속 물보라를 형상화했다. 이때 사용된 보석은 라운드 커트 다이아몬드 883개, 라운드 사파이어 359개, 페어 커트 다이아몬드 10개가 사용되었다. 이 티아라는 목걸이로도 변형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실용성까지 갖췄다.
이란 마지막 황후, 피에르 아펠 왕관 써
반클리프 아펠의 가장 큰 고객은 각국의 왕실이었다. 1938년 반클리프 아펠이 유럽에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할 무렵 이집트 국회로부터 이집트 공주와 이란 왕의 결혼식에 사용할 예물들을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자크 아펠은 카이로로 가서 이집트 왕실이 원하는 디자인을 파악한 후 반클리프 아펠이 소유하고 있던 가장 눈부시고 아름다운 보석들로 파우지아 공주의 티아라와 목걸이를 제작했다.
이는 반클리프 아펠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으며 이를 계기로 반클리프 아펠은 한 걸음 더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게 됐다. 이후 이집트의 파우지아 공주는 반클리프 아펠의 중요한 고객 중 한 명이 됐다. 파리를 방문할 때마다 파우지아 공주는 반클리프 아펠 매장을 방문했고 이를 계기로 이란과 아랍 국가의 왕족들이 반클리프 아펠의 단골 고객이 되었다.
1966년 이란 대사와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팔라비 왕조의 대관식에 쓰일 왕관 제작을 위해 반클리프 아펠을 방문했다. 여러 회사에서 출품한 총 60가지 디자인이 모여졌고 그중 최종적으로 반클리프 아펠이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모하메드 레자 팔라비의 세 번째 아내 파라 왕비를 위한 왕관의 제작 과정은 꽤 까다로웠다. 이란에서는 왕관이 왕가의 재산이 아닌 국가의 보물로 의회가 감독하고 있었고 왕관 제작에 쓰이는 보석은 모두 이란 소유의 것으로 사용해야 했었다.
그 보석들은 이란 중앙은행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제약이 있었다. 이로 인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였던 피에르 아펠은 왕관을 완성하기까지 총 24번 파리와 테헤란을 왕복했고 8명의 원로원이 감시하는 가운데 수개월 동안 중앙은행 지하에서 지냈으며 기술자와 공예가들을 동반할 때는 수십 킬로그램의 제작 도구를 챙겨야 했다. 이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피에르 아펠은 이란이 보관하고 있는 수많은 원석과 보석을 보며 이 모든 수고를 잊을 만큼 매료되었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피에르 아펠은 대관식 왕관의 가장 중심이 되는 센터스톤으로 150캐럿의 그린 에메랄드를 선정했고 루비와 진주,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화려한 왕관을 제작했다(사진②). 이 왕관은 1967년 10월 27일 이란의 마지막 황후인 파라 팔라비 머리위에 착용되었다.
재클린, 반클리프 아펠 웨딩 반지 착용
1953년에는 존 F 케네디와 재클린 케네디가 결혼할 때 반클리프 아펠의 웨딩 반지를 착용했고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재클린이 재혼할 때 또한 같은 제품의 반지를 꼈다. 재클린의 반클리프 아펠에 대한 애정은 이렇게 각별했다.
오와조 클립은 하늘을 나는 새를 표현한 것이다. 이는 반클리프 아펠의 역사에서 독창적인 오더 중의 하나이며 “발스카 브레올레트”로 알려진 96.62캐럿의 브레올레트 컷 옐로 다이아몬드로 존재감이 대단하다. 이 젬스톤(보석의 원석)은 1930년대 오페라 가수이자 사교계의 유명인사인 가나 발스카가 착용했던 펜던트였다. 1971년 이 스톤은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판매되었다.
새로운 주인은 반클리프 아펠을 찾아와 아들의 탄생을 기념하는 의미로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진귀한 주얼리를 클립으로 다시 세팅해 줄 것을 요청했고 1971~72년 오와조 클립은 카보숑 사파이어, 에메랄드, 옐로 및 화이트 다이아몬드로 장식돼 재탄생했다. 변형 가능한 제품을 제작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전통에 맞게 새의 날개를 분리하여 귀걸이로 착용할 수 있고, 꼬리는 클립으로 변형이 가능하며, 옐로 다이아몬드를 펜던트로 착용해 목에 우아한 매력을 더할 수 있게 만들었다(사진③).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디자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디자인은 페를리 컬렉션이다. 페를리 컬렉션은 섬세한 골드 비즈 세팅과 완벽한 폴리싱으로 반클리프 아펠만의 기술력이 돋보인다. 페를리 컬렉션은 반지, 목걸이, 팔찌, 귀걸이 등 다양한 스타일로 전개하고 있다. 페를리 컬렉션의 모티브인 골드 비즈는 1920년대부터 주얼리의 디자인을 강조하거나 스톤의 테두리를 장식하는 데 사용되었다. 2008년 반클리프 아펠은 골드 비즈를 모티브로 삼아 ‘페를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다양한 컬렉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페를리 스그니처 링(사진④)은 골드 비즈에 브랜드 로고인 ‘반클리프 & 아펠’이 이탤릭체로 새겨져 있다.
자료참고 : 최고의 명품, 최고의 디자이너(명수진, 삼양미디어), 반클리프아펠닷컴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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