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정희 업적 알겠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핫이슈]
보수의 옛날 이야기에
젊은 세대는 관심 없어
지금 시대의 과제 해결 원해”
과거 업적 자랑이 아니라
박정희가 했듯이 시대 요구에
해법 내놓는 게 보수의 길
최근 논란이 되는 독립기념관장 임명도 그 같은 자부심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김형석 신임 관장은 ‘진짜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이 아니라 1948년 8월 15일’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던 인물. 대한민국이 세워진 1948년 8월 15일을 강조하는 김 관장의 주장은 나라를 세웠다는 보수의 자존심과 맥이 닿아 있다. 그래서 논란을 무릅쓰고 그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한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같은 보수의 역사적 자부심에 대해 요즘 젊은 세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앞으로도 보수에 국가의 미래를 맡길 만한 근거로 인정할까. 만약 그게 아니라면 보수의 자부심은 현재 정치에서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보수 싱크탱크인 경제사회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경제사회TV’에는 ‘한국 사회의 변화와 보수 정치의 미래’를 주제로 강 교수가 한 특별강연 영상이 올라와 있는데, 강 교수의 주장을 소개한다.
“보수 정치가 요즘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냥 이승만이 어떻고 박정희가 어떻고 이야기만 합니다. 옛날엔 그랬어. 우리가 나라를 세우고 만들었어. 우리가 일으켰어. 그런데 (이에 대한 사람들 반응이) ‘뭐 그래서, So What?(그래서 어쩌라고?)’입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보수가 나라를 세우고 만들었다는 주장이) 좋은데 그게 지금 나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주느냐에 대한 답을 (보수가) 주고 있지 못합니다. 옛날이야기만 합니다.”
유권자들, 특히 젊은 세대가 보기에는 보수의 역사적 자부심은 “옛날이야기”라는 뜻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시대적 문제와 그 문제 해결과는 동떨어진 얘기라는 뜻이다. 그런 과거 얘기를 아무리 자부심을 갖고 얘기를 한다고 해도 젊은 세대에게는 “나 때는 말이야”라고 과거를 회고하는 꼰대 상사처럼 비친다.
강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시대적 과제는 “격차”라고 진단한다. 나 역시 그의 진단에 공감한다. 자산·소득 격차가 심해지면서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다. ‘지방 소멸‘이 당연시될 정도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역시 갈수록 심해진다.
보수는 그 해법으로 ‘성장’을 내세우지만,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가 성장해도 수도권 위주 성장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되는 게 현실이라는 하소연이 터져 나온다. 특정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자산 격차가 벌어진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보수는 여기에 응답해야 한다. 젊은 세대를 비롯한 대한만국 유권자는 지금의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응답하지 않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가능할까. 힘들 것이다.
그러나 보수 정치는 “옛날이야기만 한다”는 게 강 교수의 진단이다. 지금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대안이 없으니 자꾸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회고한다. 나라를 세우고 공산주의에서 대한민국을 지켰던 그 과거에서 자부심을 느끼고자 한다. 그래서 그 자부심에 어긋나는 건 없애고 싶고, 그 자부심을 키우는 일은 계속 벌이고 싶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나 독립기념관장 인선 논란도 그 연장선에서 발생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지금 보수의 옛날이야기는 과거의 업적을 박제화하는 것일 뿐이다. 과거를 박물관에 모셔두고 기념하는 데 그치는 것이다.
보수가 과거로부터 가져와야 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시대 과제에 응답한 과거 보수의 진취성을 가져와야 한다. 강원택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을 평가하면서 “(당시는) 보수가 세대교체도 빨리하면서 훨씬 더 진취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빈곤에서 벗어나 ‘잘살아 보자’가 당시의 시대적 과제였고, 박 대통령은 그 과제에 응답해 해법을 제시했다. 위험을 감수하며 실행에 옮겼다. 이승만 대통령은 어떤 나라를 세울 것인가라는 시대적 과제에 응답해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라는 답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했다. 공산주의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과제에는 ‘농지개혁’으로 응답했다. 농지개혁은 요즘 관점에서 보면 사유재산 침해였지만, 어쨌든 해냈다.
지금 대한민국 보수는 어떤가. 시대적 과제에 응답하고 있는가. 보수가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한다면, 그의 업적을 자신들 것인 양 자랑할 게 아니라, 당면한 시대 과제에 온몸을 던질 생각부터 해야 한다. 반면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과오는 깔끔히 인정해야 한다. 3·15 부정선거나 유신독재는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 자꾸 변명하면 구차해질 뿐이다. 젊은 세대는 그 변명에는 관심도 없다. 물론 그런 잘못을 이유로 선거에서 보수에 표를 안 주겠다는 이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박제화된 과거’에 갇힌 이들이다. 그들은 신경 쓰지 말고, 옳은 일을 하면 된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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