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임대주택 재건축해 1기 신도시 이주단지로 활용

국토부, ‘노후계획도시 정비방침(안)’ 공개
중동·산본 용적률 각각 350%, 330%

1시 신도시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뉴스1

정부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이주대책의 밑그림이 담긴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방침’을 공개했다. 이주대책으로는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 해 1기 신도시 이주민들의 임시 거처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기 신도시 중 중동(부천), 산본(군포)은 재건축을 할 때 기준 용적률을 각각 350%, 330%로 제시해 주택 4만가구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에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방침(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집을 시작했다고 14일 밝혔다.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방침은 국토부장관이 10년 단위로 수립하는 정부 정책 방향으로, 지자체가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국토부는 이날부터 지자체에 기본방침을 공개해 의견을 수렴한 뒤,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0∼11월 중 기본방침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주대책에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분양주택 등 활용

이날 공개된 기본방침에는 이주대책에 대한 정부 구상이 담겼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1기 신도시에서는 2027년부터 매년 2만~3만 가구가 착공에 들어간다. 이주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인근 전셋값이 크게 뛸 수 있어 체계적인 이주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자체들의 요구가 이어져왔다. 국토부는 ‘순환정비모델’을 마련해 해당 권역 내 최고 수준의 이주주택 물량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관내·외 유휴부지를 확보하고 인근의 공공택지 물량을 활용해 이주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 이주주택은 공공임대 형태로 공급되지만, 1기 신도시 등 이주주택으로는 공공이나 민간, 임대나 분양 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유형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중 분양주택의 경우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모델 형태로 추진된다.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의 경우 분양계약자가 거주하기 전에 180일 가량 선수촌으로 사용됐는데, 1기 신도시에서도 2~3년 정도 이주 수요를 흡수 목적의 임시 거주처로 사용하는 분양주택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정우진 도시정비기획단장이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후 계획 도시정비 세부계획 수립을 위한 정부 가이드라인과 중동-산본 신도시의 도시정비기본계획안을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을 통한 이주대책도 추진한다. 현재 1기 신도시에는 분당 4개 단지 5800가구, 일산 3개 단지 2300가구, 중동 2개 단지 1900가구, 산본 3개 단지 3400가구, 평촌 1개 단지 900가구 등 총 1만4000가구의 영구임대주택이 있다. 대부분이 도심 요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재건축해 이주주택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영구임대주택에 살던 원주민들은 먼저 지어진 순환정비용 이주주택으로 이주를 한 뒤, 원래 살던 임대주택이 재건축되면 재입주를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다만, 영구임대 재건축 단지는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착공에 들어가는 ‘선도지구’ 이주단지로는 활용되지 않을 예정이다. 선도지구는 2027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데, 그 전에 영구임대 재건축을 마무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선도지구의 경우 분양매입형 신축매입주택 등 다양한 방식의 이주주택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정부는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이주비 금융지원도 제공하기로 했다. 사업단계별 맞춤형 보증상품을 만들고, 이주지원 리츠를 통해 이주비와 이주공간 대여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주 수요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조절하는 ‘허용정비 물량’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택시장 모니터링을 거쳐 이주 수요 대비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는 실착공 물량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의 관리처분계획이 본격 인가되는 2026년부터 허용정비물량의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중동·산본 신도시, 재정비 통해 총 4만 가구 추가공급

한편 이날 공개된 중동·산본 신도시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중동 신도시의 경우 기준용적률이 현재 평균 216%에서 350%로 약 1.6배 늘었다. 이를 통해 주택 2만 4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재 14만명, 5만 8000가구인 중동 신도시는 정비사업 후 18만명, 8만 2000가구로 증가할 예정이다. 산본 신도시의 경우 기준용적률이 현재 평균 207%에서 330%로 늘었다. 이를 통해 1만 6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비사업 완료 후에는 11만명, 4만 2000가구 수준의 산본 신도시는 14만명, 5만 8000가구로 늘어난다.

이밖에 안양시는 평촌 신도시 기본계획을 이달말 공개할 예정이다. 성남시(분당)·고양시(일산)는 이후 순차적으로 기본계획을 공개하고 주민공람을 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