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제왕’ 트럼프…CNN “2시간 인터뷰 허위 주장 20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때 연설이나 인터뷰를 하면 미국 언론들은 그의 말이 사실인지를 따지는 ‘팩트 체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는 거짓말과 과장을 무기로 자극적 선동에 반응하는 유권자들을 귀를 잡아 끌고 있다. 시엔엔(CNN)은 그가 12일 밤(현지시각) ‘엑스’(X·옛 트위터) 소유주 일론 머스크와 한 2시간짜리 인터뷰에서도 최소 20개의 허위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를 최악이라고 깎아내려 해리스 부통령을 견제하려는 그의 대표적인 거짓말들과, 그에 관한 진실은 이렇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범죄율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연방수사국(FBI) 잠정 집계로 미국의 지난해 살인은 13% 줄고, 전체 폭력 범죄도 6% 감소했다. 올해 1분기는 지난해 1분기보다 살인은 26%, 전체 폭력 범죄는 15% 줄었다. 지난해 수치는 그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보다도 개선된 것이다. 또 지난해 살인이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최종 집계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대의 연간 살인 사건 감소폭으로 기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10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그들은 48년 만이라는데, 난 못 믿겠다”고 했다. 그러나 2022년 6월에 9.1%까지 기록한 물가 상승률은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인 게 맞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 중 “많은 사람이 청취하고 있다”며 “6천만명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실시간 청취자 수는 최대 130만명가량이었고, 이 발언 때 그의 엑스 계정에 표시된 수는 110만명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구금 시설에 있는 모든 수감자들의 석방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2019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월경자들을 붙잡아두는 사설 임시수용소는 인권침해 등 문제가 많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는 국경 차르였다”며 멕시코 국경 문제는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에 해리스 부통령에게 이민 문제의 근본적 원인 해결을 위해 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 정부와의 “외교적 노력”을 주도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는 범죄가 72% 줄었다. 그들은 살인자들과 성폭행범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가 고의적으로 범죄자들을 미국으로 보낸다고 볼 근거는 없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신뢰할 만한 범죄 통계를 공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2021~2023년 폭력 사망자 수가 26% 감소했다는 민간 쪽 추산이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달에 수백만명이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다”고 했지만, 올해 6월에 집계된 월경자 수는 20만5019명이다.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인원도 있겠으나, 많은 월경자들은 일단 미국 땅에 닿으면 난민 신청을 한다.
그는 또 “콩고에서 살인자 22명이 최근에 들어왔다”며, 콩고 정부가 비싼 교도소 운영비 탓에 이들을 빼내 미국으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콩고공화국이나 콩고민주공화국 정부, 미국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이런 주장의 단서가 될 만한 것도 없다.
이밖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은 자기가 이긴 게 맞고, 미국에서 만든 차는 유럽에 팔 수 없고,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액이 미국보다 훨씬 적다는 등 사실과 다른 말을 이번에도 반복했다.
한편 공영 라디오 엔피아르(NPR)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8일 64분 동안 한 기자회견 발언록을 분석한 결과, 분명한 거짓말과 과장된 표현이 적어도 162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1분에 2건 이상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한 셈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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