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외국인 보험시장?…업계 '기대반 우려반'
보험 필요성 인식 낮고, 이해도 부족
"당국 외국인보험 개발 지원 필수적"
금융당국이 외국인 근로자 증가 추세에 맞춰 외국인 보험가입 편의성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늘어나는데 민영보험 가입률은 10명 중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보험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한편, 정체된 보험시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업계는 보험가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 등 외국인 보험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당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보험가입 편의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 이들은 외국인고용법에 따라 상해보험과 귀국비용보험을 의무 가입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안내자료를 중국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로 제공키로 한 것이다. 또 보험가입 관련 외국어 지원 인력풀(pool)을 보험사별로 체계화해 고객 요청 시 연결·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외국인 보험가입률 41%
특히 외국인이 자동차보험에 가입 시 해외보험 가입경력 인정을 강화해 보험료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선키로 했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 전용 상품개발, 외국인 비자 유형별 인수기준 재검토 등도 논의한다. 금융당국과 보험권이 외국인 보험 영토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근로자 등 외국인 국내 체류는 늘어나는데 보험가입률은 낮아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외국인 취업자는 92만3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외국인 보험가입률은 저조하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생명보험·장기손해보험·자동차보험에 1개 이상 가입한 외국인은 41%로 집계됐다. 내국인 보험가입률이 86%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험업계도 국내 시장 포화에 따라 외국인을 반드시 개척해야 할 신시장으로 본다. 외국인은 기존에 가입한 상품이 거의 없어 신계약 체결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출산율도 상대적으로 높아 자녀까지 새로운 고객으로 유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현장 컨설팅, 외국인주민 맞춤형 지원 정책 등 경제·인구 관점에서 외국인의 증가가 불가피한 수순인 만큼, 외국인 대상 보험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실 고려한 상품개발 필요"
가장 큰 문제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이다. 외국인들의 민영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건 국내 보험 상품이 외국어로 충분히 안내되지 않고, 가입 방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보험상품은 외국에 비해 장기보장 상품이 많고, 보장범위가 세부적이라 이를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과 필수 연동되는 등 외국인에 낯선 상품인데, 정보 부족이나 비용의 문제로 국민건강보험 자체에 가입하지 않은 외국인 고객이 많은 실정"이라고 했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에 대한 인식이나 신뢰가 부족한 일부 국가 출신 외국인은 왜 매달 비싼 보험료를 내고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지부터 묻는다"며 "보험가입 설득 등 투자 대비 성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여력이 있는 대형사들은 외국인 설계사 조직 등 특화 채널을 늘리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비교적 짧은 납입 기간도 외국인 보험가입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국인과의 결혼이나 재외동포 비자 획득으로 장기 거주가 보장된 이들도 있지만, 짧은 기간 거주하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가입 기간이 짧을수록 월 보험료는 비싸진다. 싼 단기 실손보험 등 외국인 맞춤상품을 현실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보험가입, 유지, 보상 단계별 보험사 준비도 필요하지만, 당국 차원의 외국인 특화 상품개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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