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영권 분쟁 2차전…‘3인 연합’ 모녀에 맞설 형제 셈법은
임종윤, 경영공동체 제안…임종훈 "자금 조달 중요한 사안"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2차전으로 치닫는 한미약품 그룹 경영권 분쟁이 뜨겁다. 지난 3월 한미약품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 한미약품 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으로 돌아서면서다.
송영숙·임주현·신동국 3인 연합은 형제 측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했다. 이들은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
한미 오너가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5인이 '경영공동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외부 투자 유치, 유상증자 등으로 난관을 헤쳐 나갈 계획이다. 대주주들의 경영과 관련한 고민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임종훈 대표 "자금조달로 대주주 오버행 이슈 해소"
14일 업계에 따르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전날 한미약품 본사에서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와 면담을 진행한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속세 문제는 금액도 적지 않고 복잡하다. 상속자들이 다 같이 합쳐야지 풀 수 있는 문제다"면서 "회사에 대한 안정성도 중요하므로 같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오버행, 마진콜 이슈 등을 빨리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임종훈 대표는 오너가 등 대주주가 합심해 대주주 상속세 문제에 따른 오버행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외부 투자 유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조달을 추진 중이다. 조달 시 한미 그룹에 투자하면서도 일부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고 있다.
임종훈 대표는 "상속세와 관련된 오버행 이슈는 회사 성장에 있어 아주 중요한 장애물"이라면서 "비밀유지계약을 통해 (자금조달 구조를) 촘촘하게 짜고 있으며, 다양한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한미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그룹은 임종훈 대표 지휘 아래 글로벌 진출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약국 체인, 병원 체인, 임상시험위탁기관(CRO), 신약 개발 등에서 역량을 보유한 만큼 이를 글로벌화할 수 있는 협력자를 모색 중이다. 재무적투자자(FI)뿐만 아니라 전략적투자자(SI)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소액주주연대 "임시 주총까지 해결 어려울 듯"
임종훈 대표와 면담을 진행한 소액주주연대 운영진은 "소통의 부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임시 주주총회까지 해결될 것 같이 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신동국 회장이 모녀 측에 서면서 소액주주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3인 연합은 지난달 29일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를 청구했다.
3인 연합이 요구하는 임시 주총 의안은 총 2가지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변경하는 1호 의안과 신규 이사 3인(사내이사 2인, 기타 비상무이사 1인)을 선임하는 2호 의안이다. 임시 주총은 청구 시점으로부터 두 달여 뒤에 개최된다. 정확한 개최일은 향후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관변경은 상법상 특별결의 사항이다. 가결을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미사이언스의 발행 주식 총수는 6839만 1550주다. 지분 33.3%가량인 2279만 7183주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또 출석 주주 의결권의 2/3 이상도 찬성해야 한다.
공시에 따르면 모녀와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32.74%다. 특별관계자 등의 지분을 합치면 더 많다. 형제 측이 가진 지분은 20.94%다. 특별관계자 등을 더해 29.07%로 집계된다.
◇상속세 등 문제 해결 방안 여전히 의견 갈려…표 대결 전망
3인 연합이 지분 등에서 우세한 상황에서 형제 측은 현 경영 체제에 반하는 3인 연합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미 가동되고 있다"며 대주주 연합의 제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임종훈 대표는 "신 회장이 강조하는 전문 경영인 체제를 당연히 동의하고 늘 생각하고 있다. 현재도 전문 경영인 체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조하는 것은 현재 이 체제를 유지하지 않고 다른 전문 경영인을 데리고 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인 연합 측이 제안한 안을 형제 측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장남인 임종윤 이사는 임종훈 대표,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이 함께 그룹을 경영하는 '대주주 경영공동체'를 제안했다.
대주주 경영공동체가 회사 자본구조의 변경이나 합병, 인수 및 매각, 고위 경영진 임명·해임 등 회사 중대한 업무 집행에 있어 통일된 의결권을 따르도록 한다는 방안이다.
임종훈 대표 측은 임종윤 이사가 말하는 경영 공동체와 관련해 "약간 다른 시각"이라고 보고 있다. 개념적으로 가족끼리 화합하는 것을 뜻한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인 연합 측은 임종윤 이사가 경영공동체를 제안할 당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받지 못했고, 모든 사항이 가족 간 협의해야 할 내용이라 현재 상황에서 입장을 낼 것이 없다"고 전했다.
3인 연합과 형제 측이 임시 주총 전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기 주주총회 때와 같이 표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3인 연합 측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은 "3인 연합은 이번 이사회 구성원 증원과 신규 이사 선임을 통해 한미 그룹 경영 상황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조화를 이루는 '한국형 선진 지배구조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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